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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소장 "토건·재벌 위주 예산 고질병"

"큰 사업은 손 못대는 예산 심의방식 바꿔야"

정지원 기자 ㅣ yuan@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14(Fri)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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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7000억원. 내년도 정부 예산 규모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나라 살림살이를 내 집 살림처럼 살뜰히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그들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은 19년차 ‘예산 낭비사업 저격수’다. 그는 1998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국회예산정책처 자문위원, 서울시청 결산검사위원 등을 거치며 예산 감시활동을 해왔다. 경실련 시절에는 밑 빠진 독 상 등을 시상해 문제사업들을 고발했다. ​2012년엔 나라살림연구소를 세워 예산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정 소장은 "내 꿈은 앞으로도 계속 예산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사저널e는 12일 정 소장을 찾았다. 다음은 정 소장과의 일문일답.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 사진=나라살림연구소


경실련 시절, '밑 빠진 독'상 시상 사실을 관계 부처 공무원들에게 알리면, 공무원들이 타 부처 허물을 알려주면서 자기들은 봐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들었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상이었다.


밑 빠진 독상은 예산 낭비한 사업을 골라서 매달 발표했다. 36년동안 미국 미국상원의원을 지낸 프록시마이어의 황금양털상에서 착안했다. 경실련 시절에 하던 것인데, 적을 옮기면서 잠시 중단했다. 이제 슬슬 다시 시작할 때가 왔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 구상중이다.

국회는 예산, 결산을 심의한다. 그런데 예산, 결산 기간이 되면 현안 이슈에 밀려 논의가 제대로 안 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의원 300명 중 예산서 읽을 줄 아는 국회의원이 30명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정부가 예산을 불용 하든 전용하든 위용하든, 자기들 마음대로 집행하고 나면 국회는 예산보다 더 소홀하게 결산 심의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산감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산서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상식적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을 도우려고 입법정책처와, 예산정책처가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국회는 마음만 먹으면 예산과 결산을 잘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예산 결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 때문이다. 즉, 국회는 규모가 큰 사업에 대해선 정치적 부담이나 연구 부족으로 손을 못 대고, 작은 사업만 손을 댄다. 그러다보니 예산낭비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살림연구소를 세웠나.

그렇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회가 시스템이 굳어지고 문제의식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산을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통해 예산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연구소에서 상근연구위원을 유지하는 이유는 2~3년 간 예산을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통해 국가재정을 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연구소와 함께 활동했다고 들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매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예산 낭비사업을 검토, 발표하고, 이를 정리한 자료집을 발간한다. 채 의원도 작년 경제개혁연대서 활동할 때, 이 작업을 함께 했다. 당시 문제사업 당 보고서 분량을 2쪽으로 한정했는데, 채 의원은 4쪽씩 해오곤 했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초반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많은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시민들이 직접 검토하고 감시, 보완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예산 얘기로 돌아가보자. 정부는 내년도 나라살림을 400조7000억원으로 확정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상임위별로 예산안 심사를 끝낸 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예산안에 대한 총평은.

극단적 긴축예산이어서 재정정책의 정책목표가 뚜렷이 안 보인다. 기존 문제가 온전히 악화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토건 위주, 재벌 위주 재정사업이 존속한다. 이같은 재정정책이 내수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기도 힘들다.

일자리 예산이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2017년 예산안 3대 기본 방향 중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꼽기도 했다. 일자리 예산 규모 충분한가.

내년도 예산의 핵심은 일자리 예산이다. 일자리정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예산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투자 예산의 비중이 22.1%로 경제개발협력국가(OECD)에 비해 높은 반면, 고용, 일자리 등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12.4%에 불과해 낮은 수준이다. 사회복지 예산비중을 늘려가되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일자리 정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어때야 할까.

평생직장 개념이 깨졌기 때문에 더는 기업중심 지원이 유효하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자리 정책이 한계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공공근로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개인에게 충분한 재교육 시간과 비용을 주면서도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공공이 해야 할 당연한 투자다. 4차 혁명 시대를 맞이해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업자가 나올 것이다. 국가는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되고, 재교육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북유럽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970~80년대에 북유럽에서 조선업이 몰락할 때 그들은 조선업을 그대로 내버려뒀다. 조선업 회사들에 투자하는 대신 직장을 잃은 조선업 종사자들을 재교육하는 노력을 했다.

일자리 예산을 넓게 보면 복지예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과거에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기업중심 복지였다면 이젠 개인중심, 투자적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기업복지는 완전고용이 됐을 때 의미가 있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깨지지 않았나. 북유럽에서 보편적 복지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기업복지를 포기했다는 의미다.몇 개월 지원하고 그치지 말고 2년 정도는 장기적으로 지원해서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다만, 지원 자격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확정되기까지 두달 남짓 남았다. 나라살림연구소의 행보는. 


20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문제 예산 50가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라예산네트워크(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문화연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나라살림연구소)와 진선미, 채이배, 추혜선 국회의원의 공동주관으로 제4회 나라예산토론회를 연다. 그 밖에도 올해는 문제사업을 선정해 입법청원을 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문제예산 200선을 선정해 자료집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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