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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의 종가집 현대건설, 불안한 맏형 지위

올해 영업익 1조 클럽 달성 유력…외형성장 불구 질적 성장은 주춤

최형균 기자 ㅣ chg@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19(Wed) 18: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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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 / 사진=뉴스1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을 맏형이라 부른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실적 상위 건설사인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매출액 격차는 많게는 10조원에 이른다. 다만 이런 격차는 과거에 비해 '새발의 피'라고 건설업계는 평한다.

건설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금의 매출격차는 과거에 비해서 크다고 볼 수 없을 정도다”며 “과거 건설업계는 현대건설과 그 외 건설사로 간단히 정리됐다. 상상도 못할 격차가 존재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의 종가(宗家),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건설업계는 평한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리티왓 고속도로 공사계약을 통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 박정희 정권 시기 경제발전기에 외화획득의 주요 방법 중 하나인 해외건설을 현대건설이 최초로 수주한 것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고 정주영 회장 생전에 자동차, 조선 등 각 계열사를 먹여살리는 ‘그룹의 맏형’ 역할도 수행했다고 건설업계는 말한다.

그런 현대건설이지만 그동안 몇차례 부침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대규모 부실로 인한 산업은행 인수, 워크아웃 졸업 등 여러 파란을 겪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현대차 그룹에 속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다시금 비상을 꿈꾸고 있다. 4년하고도 11개월간 현대건설호(號)의 수장으로 재직 중인 정수현 사장이 그 주역이다. 지난 3월 11일 제6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사장은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지휘 아래 현대건설은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9865억원으로 9부 능선을 아쉽게 넘지 못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올해 현대건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최초 1조 클럽가입이 목전이다.

◇ 외형적 성장 불구 질적성장은 주춤 


1조 클럽 입성여부와는 별개로 정수현 사장의 ‘질적 성장’은 주춤하고 있다. 이는 특히나 건설사의 경영능력, 공사능력을 종합적으로 합산한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공능력평가는 매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다. 시공능력평가에서 줄곧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현대건설은 2014년 처음으로 삼성물산에 뒤쳐졌다. 올해까지 3년간 현대건설은 줄곧 2위 자리에 머무는 상황이다.

또한 시공능력평가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두 회사간 시공능력평가액 격차는 ▲2014년 5542억원 ▲2015년 3억9545억원 ▲2016년 6조988억원으로 점차 벌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1위 자리를 재차 차지할 가능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같이 시공능력평가액에서 현대건설이 1위 자리를 놓치게 된 이유로 한 전문가는 ‘유동적이지 못한 조직변화’를 든다. 앞서 현대건설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토목과 인프라 부문 중심으로 수주를 이뤘다. 경제개발기 이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당시 정부는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규모 관급공사를 수시로 발주했다. 이는 안정적 수익원으로 작용하며 현대건설의 밑거름으로 이어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토목과 인프라 제일주의'가 조직 내에 형성됐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건설사면서 주택업을 도외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부상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현대건설이 뒤쳐진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건설업계 컨설팅 부문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정비사업은 건설사가 챙길 수 있는 몫이 매우 크다. 일례로 수도권에서 500가구를 50평 규모로 재건축한다 가정하면 가구당 수억원 규모의 매출을 잡을 수 있다. 이는 조단위의 실적을 건설사에게 보장한다"며 "다만 현대건설은 토목, 인프라 제일주의에 빠져 주택, 나아가 정비사업 수주에 뒤쳐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시공능력평가액 측정 기준에 플랜트가 빠져 있기에 건설사의 시공능력 순위지표로 작용할 순 없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주로 시공하는 플랜트 건설이 고부가가치 공법에 해당하기에 이를 중요시 한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건설전문지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s)가 해외건설 실적(매출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주택부문 부진을 매꾸기 위해 사업확장을 시도했다. 정수현 사장은 건축사업본부장 시절인 2006년부터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직접 키웠다고 알려졌다. 다만 현대건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힐스테이트는 다른 주택 브랜드에 열세인 상황이다. 여러 아파트 시장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에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진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최근 분양한 개포주공 3단지의 명칭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힐스테이트의 명성을 더욱 깎아내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해외 현장에서도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삼성물산이 47억 달러로 1위다. 현대건설의 같은 기간 수주액은 20억 달러다. 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액 19억 달러와 합산해도 총 수주액은 39억 달러다. 최근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축소하고 있다. 건설부문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도 업계에 돌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두 회사가 합해도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액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의 질적성장이 하락하는 것은 다른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영업비를 공제한 수치다. 즉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영업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5.16%로 전년 수치인 5.51% 대비 줄었다.

영업이익률 증가를 위한 한 방안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제조공법 개선이 이뤄지면 매출원가가 줄고 자연스레 영업이익률도 오르게 된다. 다만 현대건설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2014년 1235억원에서 지난해 1048억원으로 ​되려 줄고 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투자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에서 1.0%로 줄었다.

현대건설 측은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3% 정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당사의 비율인 5~6%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울러 재무제표상 수치와 별개로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비를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토목, 건축사업 부 등은 별도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개별 사업부문별 투자비 집행내역은 비용처리로 잡히면서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다"며 "연결 재무제표상 현대엔지니어링과 매출액이 같이 잡히는 것도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낮아 보이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실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5~6%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더 큰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 건설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공공공사와 하도급 공사에 안주하는 성격이 짙다. 이에 연구개발 투자비 집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다수 보인다"며 "더욱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혁신공법으로 원가절감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현대건설도 맏형이란 칭호에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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