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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기요금 소송서 패소한 곽상언 변호사

"누진요금제 국민 고통 외면한 판결 납득 안돼…소송 10번 더 남았다"

황의범 기자 ㅣ hwang@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28(Fri) 17: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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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서초 법무법인 인강 사무소에서 곽상언 변호사(법부법인 인강)를 만났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누진요금제로 인한 소비자피해 소송을 이끌고 있다. / 사진=김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전 국민의 관심을 흡수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이슈가 있다. 바로 누진요금제다. 기억을 한달만 앞으로 되돌려보면, 이번 여름 온 국민은 한국전력공사의 누진요금제에 분노했다. ‘역대급’으로 더웠던 여름의 온도만큼, 누진요금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도 뜨거웠다.

이와 같은 여론과 달리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정우석 판사)은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와 동시에 누진요금제 개편을 위해 서둘러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당정의 움직임도 더뎌졌다. 폐지가 아닌 개편으로 국민을 달래겠단 속셈이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한전 측은 올해가 가기 전 개편한 누진요금제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국정감사 이후 TF 측은 “일정도, 내용도 정해진 바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기각 이후 당정의 태도가 변했다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2년 넘게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를 만나, 판결 경위와 향후 소송 계획에 대해 물었다. 27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인강 사무실은 소송 참가자들의 서류로 가득 차 있었다.

날이 선선해지고, 최근 정국이 어지러워 누진요금제 소송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었다. 소송에 새로 참여하는 이들이 요새도 찾아 오는가.

이번 달 초까지 소송 참여자가 2만명이 넘어섰다. 다만 날이 선선해지자 참가 인원이 확 줄었다. 1차 판결 패소 이후 소송 참여를 번복하신 분들도 나온다. 많은 분들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법원이 피고측 소송을 기각했다. 즉 누진요금제가 합법이라고 인정한 건데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가.

일단 법원은 누진요금제 자체가 정부의 ‘전기요금산정기준’에 기준해 근거가 있는 제도라고 판단한다. 누진요금제는 인정하지만 법령과 고시에 누진요금제 규정의 적정 범위나 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했는지 법원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당함을 판결할 수 있는 기관에 이를 의뢰했는데, 그 기관이 기준이 없으니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논리를 그대로 풀이하면 정부가 고시로 판단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면, 사법부는 판단하지 못 하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명시 안 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라는 게 이번 법원 판결 내용에 대한 해석이다. 이번 판결만 보면 한전은 대통령급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법원은 “누진요금제가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를 판단해 달라는 게 이번 소송의 요지 아니었나.

맞다. 원래 대법원은 약관의 위법성 기준을 원고, 즉 누진요금제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어떤 불이익을 입었는지, 그 정도는 어떤지 혹은 이를 회피할 방법이 있는지 등으로 판단한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한전이 누진요금제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느냐 보는 것이다. 고객의 불이익과 사업자의 이익은 대응한다. 하지만 이런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법원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그저, 행정부가 고시해주지 않으니 누진요금제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게 전부다. 거칠게 말하면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기본권 침해를 당하든, 얼마나 억울한 일이 있든 그건 불평이 많은 너희들(국민) 책임이다. 이건 철부지 투정에 불과하니 판단하지 않겠다.’

여태껏 주장해 온 자료나, 논리를 법원이 부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어지는 소송에 이번 결과가 영향이 있을까.

법원은 지금까지 제출했던 수많은 서류나 원고 측 입장을 검토하지 않았다. 내용적인 측면만 보면 전혀 영향 없을 것이다. 다만 결과는 소송을 맡고 있는 판사에 달려있다고 본다. 판사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인사 상 불이익을 염려해 온 국민이 지난 수십년 간 그리고 지금도 입고 있는 피해를 외면한다면 그건 정말 비겁한 것이다. 아니 국민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특별 TF를 만들어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조금씩 다르지만 누진단계와 누진율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누진요금제 폐지가 아니라 개편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은데.

딱 한 말씀 드리겠다. 몽둥이(누진요금제)로 6대 맞다가 3대 맞으면 괜찮은 건가? 누진요금제는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기름을 아끼기 위해 정부가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당위성이 없는 제도가 한전과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기본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누진요금제가 사라지면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이유를 들어 누진요금제 폐지를 반대한다.

전기사용량이 1단계(100㎾h 미만)만 넘어가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같은 사용량의 산업용이나 농업용보다 비싸진다. 한전 집계에 따르면 전기사용량이 1단계에 머무는 사용자는 전체 전기사용자 중 1.59%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전기를 덜 사용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연간 전기사용량이 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전기소비량의 1.6배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는 가구당 인원수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수익이 높을수록 구성원 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 수준과 전기사용량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2년 넘게 소송을 맡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다음 판결은 광주에서 나온다. 광주 법원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데 이런 배경이 있다. 다음달 광주에서 판결을 내릴 판사는 소송 이후 3번째 판사다. 무슨 말이냐면 2년 동안 판사가 2번이나 바뀌었단 말이다. 2014년 9월 광주지법에 소장을 제출하고 올해 2월 24일 첫 판결 선고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지법에서 1월 변론재개를 신청하자 광주지법도 변론재개를 따라 신청했다. 그 이후 판사가 바뀌었다. 이후 4월에 새로운 판사가 이 사건을 맡았다. 새로운 판사는 이전 판사와 달랐다. 누진요금제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승소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8월 3일 변론종결 후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 또 판사가 바뀌었다. 새로 온 판사는 검사 출신이다.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었다. 다음달 9일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큰 기대는 없다.

한전의 대담함에 놀란 적도 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처음 한전 누진요금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돌아온 한전의 첫 답변이 가관이다. “전기요금약관이 무효로 평가돼 피고가 주택용 전기사용자들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부담은 결국 국내 유일의 전기판매사업자인 피고의 비용이 돼 향후 원가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이런 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전가될 것이 명백하다.” 즉, 패소하면 전기요금을 더 올려 손해입은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말이다.

 

2014년 곽상언 변호사의 소송 이후, 한전의 첫 답변을 담은 문서. / 자료=곽상언 변호사

사무실에 소송 문서가 빼곡하다. 아직 추가 소송이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소송에 참여한 2만여명 중 소송에 접수한 인원은 1만명이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1000명씩 끊어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추가 소송 10건이 남았다.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부당성을 인식했으면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법원이 상식에 맞지 않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국민들의 관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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