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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줄소환 예고에 재계 초긴장

기금 출연 강압성·대가성 규명…검찰 "대통령 조사하는 판국에 성역 없다"

한광범 기자 ㅣ 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09(Wed) 1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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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4~2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들. / 그래픽=김태길 기자

 

최순실 게이트 탓에 재벌 총수들이 줄소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대통령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하며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에 돈을 건넨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처럼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가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선 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전자 본사를 11시간 넘게 압수수색했다. 삼성으로서는 본사 압수수색은 2008년 삼성특검 이후 8년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하에선 처음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등 그룹 핵심 부서가 포함됐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 황성수 전무(승마협회 부회장)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색했다. 

 

검찰은 삼성 서초사옥 외에도 서울 방이동 승마협회,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최씨 측에 별도로 돈을 건넨 부분에 방점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원과 별도로 최씨 딸 정유라씨에 수백만 유로를 건넨 만큼 자금 지원의 성격에 대해 먼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대가성과 강압성 확인이 핵심이다. 검찰은 조만간 삼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처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별도로 재단이나 최씨 측에 돈을 건넸거나 건네려 한 그룹으로는 SK·롯데·부영이 전해지고 있다. 검찰이 기업에서 건네진 돈의 대가성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도 우선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보다 자금 성격 파악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뇌물죄 적용을 위한 대가성 입증 역시 쉽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2월 SK·롯데·부영에 별도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SK에겐 독일에 있는 최씨 소유 회사에 직접 돈을 입금하라고까지 했다. 금액이 너무 많다며 SK가 금액을 30억원으로 낮추려 하자 최씨가 돈을 받지 말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온 상태이다. 롯데의 경우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석 달간 버티다 결국 요청 금액보다 5억원 적은 70억원을 건넸다. K스포츠재단은 검찰 수사 직전 이 돈을 롯데에 돌려줬다. 부영에게도 70억~80억원의 자금 지원 요청이 갔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밝힌 상태다. 특수본 내에 부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으로 구성된 별도 팀을 구성해 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은 53개로 출연금 총액은 774억원이다. 그룹별로 묶으면 18곳이다. 일단 검찰은 총수가 아닌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강압성·대가성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총수들을 부른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총수들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과 다음날 대기업 총수 7명을 독대했다. / 사진=청와대

검찰로서도 명운이 달린 수사인 만큼 재벌 총수 소환을 지체할 수도 없다. 특히 지난해 7월 24~25일간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7개 재벌 총수와의 독대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서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재벌 총수들에게 기금 출연을 압박했는지와 그 대가로 대가를 약속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 소환 전에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당시 참석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손경식 CJ 회장과 당시 수감 중이던 총수일가를 대신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도 조사해야 할 판에 성역은 없다"고 밝혀 소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겠다.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줘야 한다"며 "보여주기식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도 기업들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강압적 모금의 피해자'라는 세간의 시각도 정반대로 변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기업들의 자금 지원에 대해 "선의의 도움"이라고 밝혔지만 삼성의 경우처럼 일부 '적극 협조 의혹'이 제기되며 여론도 매우 차가워졌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박 대통령과 재벌의 짬짜미'로 정의하고 "대통령, 최순실, 안종범, 재벌 모두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 약점을 이용해 모금을 강요한 것도 문제이고 이에 편승해 돈으로 편의와 특혜를 얻어보겠다는 재벌들의 꼼수도 단죄 대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참여연대도 "재벌대기업은 정치권력에 휘둘린 피해자가 아니며 국가권력을 돈으로 사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범"이라며 "삼성을 비롯한 뇌물공여자와 박 대통령을 비롯한 뇌물수수자는 국가 권력을 돈으로 사고 판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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