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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든 집안, 현대상선이 웃을 처지 못된다"

상반기 영업적자만 4297억원·업황도 바닥…대내외 악재로 한진해운 꼴 날 수 있어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09(Wed) 17: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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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현대상선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론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 사진=뉴스1

“가뭄 든 마을에 형이 아사(餓死) 했다고 동생 좋을 일이 있겠나.”

찬바람이 몰아친 9일.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한진해운 채권단 관계자 A씨 말에 한기(寒氣)가 돌았다. 그는 자신의 비유에 원망도 한탄도 없다 했다. 오히려 감정어린 반응은 현대상선을 향한 장밋빛 전망에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시기는 지났다”며 “현대상선이 문제다. 현대상선 회생을 장담하는 사람은 사이비라는 게 금융권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현대상선 행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 유일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필생(必生)론이 대두된다. 이를 위해 선박펀드 조성 등 총 6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대상선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를 외면한다면, 제2 한진해운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구멍 난 현대상선 ‘곳간’…쌓여가는 빚


한진해운 경영난 이유로 지목된 건 최은영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무능이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조수호 전 회장사망 후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한진해운 최고 경영자가 됐다. 이후 2009년 155%였던 한진해운 부채비율이 2013년 1445%까지 올랐는데, 결국 최 전 회장이 무너져가는 업황을 읽지 못한 채 투자를 남발한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최 전 회장 뿐 아니라 조양호 회장 등 한진 총수일가가, 호황 이후 반드시 침체기가 찾아오는 해운업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본 게 경영난을 부추겼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최 전 회장이 호소한 ‘최악의 업황’에 대해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인다. 해운산업 자체가 워낙 좋지 못한 탓에, 한진해운에 그 어떤 경영자가 왔어도 재정난에 쳐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상선도 부진한 업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현대상선이 지난 3월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조정 ▲얼라이언스 가입을 완료하며 법정관리 위기는 피해냈지만, 올해 장사도 쉽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현대상선이 파산이라는 최악의 위기만 면했을 뿐, 재정 상황만큼은 한진해운 못지않게 열악하다.

현대상선의 2016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당기순손실이 903억원(개별 기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손실(1757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적자가 4297억원이다. 지난해 적자(833억원) 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다. 적자폭 역시 가장 크다.

결국 현대상선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줄어든 이유는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다. 현대증권 등 자산을 매각하며 발생한 차익 5000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상반기 이미 팔 수 있는 자산을 모두 매각한 상황이다. 업황 개선에 기대지 않는 한 현대상선이 향후 자체적으로 재정건정성을 높이기엔, 쌓인 빚의 규모가 너무 크다.

◇ 2M 가입 ‘회생 절대요건’ 아냐…최순실 스캔들도 주목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경쟁력을 보유한 얼라이언스 ‘2M’ 가입으로 내년 4월부터는 초대형 선박을 활용한 원가절감 및 신인도 상승으로 영업력이 한층 더 강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8월 12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향후 현대상선 회생 열쇳말로 2M을 지목한 것이다.

2M은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해운동맹이다. 현대상선 측은 “2M 가입으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한 원가절감 및 신인도 상승으로 인한 영업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2M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 및 태평양 노선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14일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체결한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있는 가입 합의서다. 다만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M과 현대상선이 세부 규정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2M 가입을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은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동반 회생을 위한 정책제안 대토론회'에 참석해 "(2M가입을 위해)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며 "가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얼라이언스는 협력하는 관계이자 동시에 경쟁자로 내년과 내후년 수율을 가지고 다투고 있다. 굉장히 치열한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최종 계약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2M 가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회생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M 동맹에 속한 국제해운선사와 현대상선 간 덩치 차이가 너무 크다. 2M 동맹에 속한 머스크는 319만TEU, MSC는 278만TEU에 달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데 비해 현대상선은 43만TEU에 그친다. 선대 대형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동맹 가입 후에도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혹이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됐다. 이 탓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처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증폭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불거진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비선실세’ 최순실과의 관계도 관건이다.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시절 청와대와 최순실씨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한진해운이 정치권으로부터 ‘팽’ 당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간 지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정부는 신조펀드 확대와 한국선박회사 신설 등을 통해 국내 해운사에 대한 총 6조5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에 나서 세계 5위권 초대형 글로벌 원양선사를 키우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국내 유일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방안이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재평가될 경우 지원규모와 방법론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 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실적 부진은 3분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저가운임 현상이 어느 정도 극복됐지만, 업황이 아직 바닥”이라며 “의혹수준이지만 한진해운과 최순실 간 연결고리에도 현대상선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불쾌하다고 호소한다. 그만큼 최순실과 한진해운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게 불안하다는 증거라며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적절성 여부가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도 재조정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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