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꼼짝마라” 떴다, 신물질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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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료제 INM176 국내 개발, 수출까지
바이오 벤처 기업 싸이제닉(www. scigenic.com)은 얼마 전 치매 예방·치료 물질 INM176을 미국에 3천만 달러어치 수출한다고 밝혔다. 수입사는 식의약품 및 화학 제품 원료 공급 회사로 널리 알려진 셀처케미컬 사. 싸이제닉은 이 회사에 2년간 INM176 40t을 공급하게 된다. 국내에서 바이오 벤처 기업이 3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치매 환자나 그 가족들의 이목은 온통 INM176의 정체와 약효에 쏠렸다.
INM176은 한림대 천연의학연구소와 싸이제닉이 1999년부터 공동 연구해 지난해 개발했다. 주원료는 보혈·행혈·진정제로 쓰이는 한약재(싸이제닉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원료 공개를 꺼렸다).





INM176이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뇌신경과 뇌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물질(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해, 치매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INM176은 뇌세포 노화에 따른 지질과산화작용(항산화작용)까지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실험 통해 효과 확인


삼성서울병원 김도관 교수(신경정신과)가 지난해 말 임상 실험을 주도했다. 우선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51∼79세 노인 1백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한 그룹에게는 INM176을 하루 400㎎씩 투약했고, 다른 한 그룹에는 똑같은 양으로 위약을 투여했다. 12주가 지난 뒤 인지 능력과 치매 정도를 측정했더니 괄목할 결과가 나왔다. INM176을 복용한 그룹의 아다스 인지지수(알츠하이머 치매 정도를 진단하는 평가 지수. 점수 범위는 0∼70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치매 증상이 심하다)가 위약을 투여한 그룹에 비해 4.48점 낮아진 것이다.





INM176 개발에 참여한 싸이제닉 최송암 선임컨설턴트(약사)는 “아다스 인지지수가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억력 장애가 심한 노인군에서 높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아다스 인지지수가 6.8점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기존 치매 치료제들이 대략 2∼3점 정도 떨어뜨리고 있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약효인 셈이다. 김도관 교수는 “제한된 임상 실험이었지만 인상적인 치료 효과를 보았다. (다른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심·구토 같은) 부작용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치매 약 찾다 우연히 발견


INM176은 정말 우연히 개발되었다. 싸이제닉 이희설 대표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그 치료약을 찾다가 발견해낸 것이다(이대표의 어머니는 INM176 덕택에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모두 6억7천만 달러(2000년 현재). 그 가운데 현재 일본의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가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우연히 개발된 INM176이 아리셉트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주목된다. 싸이제닉은 INM 176이 신약으로 개발될 경우(현재는 건강 보조 식품이다),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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