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3m 쓰나미가 도쿄를 집어삼킨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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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접근 천체’의 비밀과 진실/‘딥 임팩트’ 가능성은 희박
 
 지난 4월 중순, 일부 언론은 소행성 2004MN4가 2035~2037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04MN4에 우주선을 보내거나, 아예 그 소행성을 폭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보도가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소행성의 비밀을 풀어본다. 
 
2004MN4는 태양계를 떠도는 소행성의 이름이다. 그 소행성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어두운 우주 속에서 보냈는지 모른다. 그동안 그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단지 ‘감자처럼 생긴 소행성’의 하나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2004년 6월19일, 미국 하와이 대학 데이비드 툼렌 교수가 미국 국립 광학 천문대에서 그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툼렌 교수는 그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지구 접근 천체’(NEO:·주기적으로 지구 궤도를 통과하거나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이나 혜성)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6개월 뒤, 호주의 한 천문대가 그를 다시 관측했다. 그 결과 그와 지구와의 거리(4월14일 현재 6천8백40만km)와 크기(지름 320m), 궤도 등이 밝혀졌다. 그는 당장 ‘지구 위협 천체’(PHA:지구 최접근 거리가 7백50만km 이내, 지름 1백50m 이상 되는 행성이나 혜성)로 분류되었다. 며칠 뒤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2029년에 지구와 충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확률은 토리노 충돌 척도 4였다(토리노 충돌 척도는 지진의 리히터 규모처럼 1~10까지 있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충돌 위험이 높다. 예컨대 2~4는 다소 조짐이 조이는 경우, 8은 지구에 지역적인 파괴를 일으키는 충돌, 10은 지구 전체에 기후 변화 및 재난을 일으키는 충돌을 의미한다).  
 
2005년 1월,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전파 천문대가 또다시 2004MN4를 관측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2029년에 그가 지구와 충돌할 위험은 없고, 오히려 2035~2037년 4월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누적 충돌 확률은 6670분의 1(토리노 척도 1)로 매우 낮았다. 이는 그가 지구를 비켜 갈 확률이 99.985%라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일부 언론은 소행성과 지구 충돌을 그린 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을 들먹이며, 마치 2004MN4가 2035~2037년에 ‘큰일’을 낼 것처럼 보도했다. 그들은 우주방위재단 안드레아 카루시 회장이 지구와 2004MN4가 충돌할 수도 있음을 비공개로 언급했다며 공포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한 언론은 아예 2004MN4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전 답사 임무를 띤 우주선을 그를 향해 발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 언론 보도의 내용 일부. 

‘…이 우주선은 2013년께 2004MN4의 궤도로 진입한 뒤 소행성에 착륙, 표면에 각종 측정기기와 송수신기를 설치해 물리적 특징과 지질학적 정밀 조사를 진행한다. …오는 2014~2024년에 레이저 발사 또는 폭발물 매설 등을 통해 궤도 변경을 시도함으로써 지구와의 충돌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그 기사는 과장 보도였다.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는 담당 기자에게 ‘우주선 발사 계획 등은 단지 개념에 불과하다’는 등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하는 e메일을 보냈다. “외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소행성 기사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문박사는 말했다.

 혜성이 대기권 진입하면 속수무책

실제 과학자들이 소행성에 대해 밝혀낸 정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2004MN4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2006년쯤 그를 다시 관측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와 지구와의 누적 충돌 확률(6670분이 1)도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우주방위재단 안드레아 카루시 회장은 2006년에 2004MN4와 지구가 충돌할 확률이 5000분의 1보다 높으면 인류는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천체는 2004MN4처럼 비교적 작은 소행성이 아니다. 규모가 훨씬 크고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이다. 2003년 9월 현재 하버드 천체물리연구소의 지구접근천체 목록에는 소행성과 혜성 2천4백여 개의 이름이 올라 있다. 지구위협천체 목록에도 5백30여 개의 이름이 올라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크고 작은 행성이 수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 가운데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역시 혜성이다. 만약 혜성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그 속도가 초속 75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행성의 최고 속도(30km)보다 두 배 반이나 빠르고, 한때 지구에서 가장 빨랐던 비행기(콩코드기;초속 0.6km)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그 속도로 지구에 진입하면 결과는? 지구가 으깨진 감자처럼 될 수도 있고, 인류는 눈 깜박할 사이에 절멸할 것이다.
 
혜성은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와 그 궤도와 방향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데다, 지구와의 거리가 5AU(1AU는 약 1억5천만km)쯤 되어야 가시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 두려운 존재이다. 이는 인류가 혜성의 공습에 대처할 수 있는 기간이 1년도 되지 않음을 뜻한다. 궤도 수정도 폭파도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2004MN4처럼 비교적 작은 소행성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지름 50m 이하의 소행성은 아예 대기권 밖에서 폭발해 버리지만, 지름이 100m 이상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1908년 8월, 사방 50km를 초토화시킨 퉁구스카 폭발은 지름이 100m도 안되는(추정치) 소행성이 10km 공중에서 폭발해 일어난 재앙이었다. 훗날 과학자들은 그 파괴력이 원자폭탄의 15배나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6천5백만 년 전에 공룡을 멸망시킨 것으로 알려진 지름 5~10km급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지름 6km급 소행성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지름 260km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생기고, 중심 파고 430m짜리 해일이 발생했다. 해일은 아음속의 속도로 퍼져나가 불과 몇 시간 뒤 높이 43m의 쓰나미로 변해 도쿄를 집어삼켰다.
 
지름 10km급 소행성이 초속 20km 속도로 떨어지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5억 개가 동시에 터지는 에너지가 발생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같은 일은 1억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지름 1km 이상 되는 지구접근천체 4백여 개의 궤도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50년 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과, 지구를 스쳐 지나간 소행성은 수없이 많았다. 가장 최근에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은 1947년 2월 러시아에 지름 50cm 이상의 운석구를 100여 개 남긴 시코테 알린이었다. 1994년 7월, 목성에 지구만한 흔적을 남긴 슈메이커-레비 혜성도 잊을 수 없다. 가장 최근에 지구를 지나친 소행성은 지름 300m 규모(추정치)의 1996JA1(1996년 5월)과 6m짜리 2000LG(2000년 6월)였다. 어쩌면 200MN4도 그들처럼 지구를 그냥 스쳐 지나고 싶을지 모른다. ‘충돌’은 곧 그와 지구의 위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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