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새 길’ 여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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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에 북관대첩비 반환 회담 공식 제의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역할을 할 것인가. 정부가 지난 5월12일 북측에 북관대첩비를 돌려받기 위한 회담을 열자고 제의하면서 북관대첩비 반환 여부와 이를 계기로 새로운 남북 채널이 형성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북관대첩비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정문부 장군을 중심으로 한 관북 지역 의병들이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일본군을 무찌른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승전비로 숙종 33년(1707년)에 만들어졌다. 1905년 러일전쟁 때 북진하던 일본군이 함경북도 길주에 세워져 있던 이 비를 발견한 뒤 약탈해 가 지금까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해 왔다.(<시사저널>) 제800호 참조)

북관대첩비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78년 도쿄한국연구원 원장으로 있던 최서면씨가 언론에 공개하면서부터였다. 그 이후 정문부 장군의 후손인 해주 정씨 종친회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반환운동이 벌어졌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정토종 중앙문화원장인 초산 스님과 일·한 불교복지협회 회장인 가키누마 센신 스님이 중심이 되어 활발한 반환운동을 펼쳤다. 지난 1월에는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가 출범하기도 했다.

민간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정부 당국이 최근 들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 4월 말 이해찬 국무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을 만나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6일에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일본 마치무라 노부타 외상과 회담을 갖고 북관대첩비를 반환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5월12일 유홍준 문화재청장 명의로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북관대첩비를 돌려받기 위한 남북 문화재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북관대첩비를 매개로 해 남북간 대화 통로가 다시 열리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야스쿠니 신사측은 남북 당국이 합의해 반환을 요청하면 언제든 돌려준다는 입장이어서 100년 동안 일본 땅에 유폐되어 온 북관대첩비가 돌아올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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