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성찬’은 계속된다
  • 벵자맹 주아노 (음식칼럼니스트) ()
  • 승인 200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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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 전성시대 끝났다고 누가 말하는가

 
프랑스에서 꿈 같은 여름 휴가를 보냈다. 우연히 몇년 전 영국 언론을 불붙게 했던 프랑스 요리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이 토론에서는 수 세기 동안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프랑스 요리가 점차 쇠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논의되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발제자는 페란 아드리아와 같이 저명한 스페인과 영국 요리사 서너 명을 예로 들었다.

오늘날 도쿄·마드리드·뉴욕으로부터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요리사가 부럽지 않을 만한 창조적이고 재능 있는 요리사가 많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의 슈퍼스타급 요리사 대부분은 그들의 선배인 프랑스 요리사 밑에서 견습 기간을 보냈으며, 프랑스는 아직도 유능한 요리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을 잊은 것이 아닐까.

프랑스 요리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신(新) 프랑스 요리(nouvelle cuisine)>를 살필 필요가 있다. 프랑스 요리는 1970년대에 예전 요리법과 소스, 재료를 포기한 이후 외국 요리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퓨전 음식이라고 부르는 요리법을 탄생시켰다. 1990년대에는 반(反)전통의 과도함으로부터 벗어나 지역 고유 요리를 살리는 쪽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신프랑스요리로 제2의 전성기

이런 움직임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슬로푸드(패스트푸드에 상반하는 개념, 새로운 음식 문화를 향한 운동)의 영향으로 생겨난 ‘형편없는 음식’을 배제하려는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한다. 사람들은 이제 바이오 농산물과 위생적인 상인이 보급하는 건강하고 균형이 잡힌 식사와 음식을 원한다.

프랑스의 젊은 요리사들은 이러한 슬로푸드를 한층 더 계발시키고자 한다. 그들은 유희적인 요리법과 더불어서 식문화에 즐거움을 불러들이고자 하며,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먹는 즐거움을 갈구한다. <미슐렝>과 같은 가이드 책자에서 찬사가 부여된 곳을 찾는 것은 지났으며 이제는 저렴한 가격과 연회의 기분을 추구한다.

1970년대 신 프랑스 요리 발명자 중 하나인 알렝 성드렁과 같은 그랑시에프(대주방장)들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며 너무 고루한 옛 프랑스 요리로부터 비스트로의 음식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젊은 요리사들이 비스트로노미라고 지칭하는 것으로써, 비스트로의 저렴한 가격과 분위기로 훌륭한 요리를 서비스하는 것을 의미한다.

먹는 방식과 우리의 입맛을 혁신하려는 창조자들의 활약은 이지쿠킹 운동을 통해 슬로푸드와는 전혀 다른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페란 아드리아와 같이 사네르·데코레 같은 프랑스 요리사들은 회화, 초현실주의와 보들레르가 강조한 공감각(共感覺) 사이에서 변동하는 창조를 위해 사이폰·거품·젤리·파우더·액체 등을 활용한다. 다른 요리사들도 전통 요리에 알렝 뒤카스처럼 정크 푸드를 시도하거나 츄잉껌 소르베, 혹은 티에르 막스처럼 인스턴트 퓨레의 폭신한 송이에 튀긴 생선 곁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프랑스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프랑스요리 공세로 바뀌어

이제 프랑스 요리가 더 이상 창조적이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좀더 가까이서 살펴보자. 이러한 거짓 논쟁은 이라크 전쟁 당시 영국에서 생겼다. 이를 확대한 것은 프랑스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갖고서 고집쟁이 프랑스를 벌하는 것에 만족하는 뉴욕 타임스였다. 이라크 전쟁에 비관적이었던 프랑스에 영국과 미국은 프랑스 요리를 통해 반격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점점 늘어나는 외국의 경쟁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창조를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 프랑스는 적어도 요리라는 분야에서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외국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왔다. 국제 정세가 요리라는 복잡한 세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지만 프랑스요리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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