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믿다가 생니 망칠라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10.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아에 관한 진실과 오해’ 문답풀이 사랑니 꼭 필요 없고, 치약보다 칫솔질이 중요

 
치약이 충치를 예방한다?

그렇지 않다. 치약은 절대 약이 아니다. 치약의 본 모습은 ‘구강세정용 비누’에 더 가깝다. 대부분의 치약은 충치 예방 효과가 없다. 충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치약이 아니라 칫솔질이다. 치약의 가장 큰 효능은 연마와 양치질 후에 느끼는 상쾌함 뿐이다.

그래서 치약을 고를 때에는 충치 예방 효과와 같은 기능보다 마모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치태가 잘 끼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마모도가 높은 치약을 사용하고, 이가 시리거나 하루에 세 번 이상 칫솔질을 하는 사람은 마모도가 낮은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잇몸 치료제를 사용하면 피가 나지 않는다?
많은 치과 의사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잇몸 질환은 치석이나 치태가 잇몸에 자극을 주어서 생긴다. 치석이나 치태를 녹여 없애는 약은 아직 없다. 즉 잇몸 질환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잇몸 약은 현재 없기 때문에 치석이나 치태를 제거하는 외과적인 방식만 인정받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잇몸약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인사돌’은 소염?진통 작용, 치조골 용해 방지와 재생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약을 판매하는 동국제약 관계자는 “인사돌은 생약 성분으로 만든 것이어서 기전이나 치료 메카니즘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동물 실험이나 임상 실험을 통해 소염?진통 효과뿐 아니라 치조골 복원 효과도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치과 치료와 병행할 때에는 잇몸 질환 치료에 효과가 더욱 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효능은 잇몸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마치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는데 가시는 그대로 두고 소염제와 항생제, 진통제만 먹는 격이다. 전문가들은 증상만 완화시켜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강 세정제를 쓰면 입 냄새가 사라진다?

 
구강 세정제는 입 냄새를 아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구강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맹물로 양치만 해도 입냄새를 없앨 수 있다. 시판되는 구강 세정제는 그 효과를 약간 길게 할 뿐이다.
구강 세정제는 구강 세균에 대한 살균효과를 가진 것과 향료로 입 냄새를 감추는 냄새위장제로 나눌 수 있다. 글루콘산클로로헥시딘,염화세틸피리디늄,염화벤젠토늄 등의 살균소독제가 들어있는 구강 세정제를 사용하면 입 냄새 억제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함유된 농도가 낮아 효과가 미약하고 장시간 지속되지는 않는다. 살균 효과가 없는 냄새 위장제는 냄새나는 물질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므로 일시적으로 냄새를 감출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칫솔질을 잘하여 입안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칫솔질을 대신 할 만큼 강력한 항세균 효과를 가진 구강 세정제는 아직 없다. 

사랑니는 무조건 뽑아야 한다?

사랑니는 반드시 충치가 났을 때만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충치 여부보다는 위치와 상태가 더 중요하다. 올바른 위치에 정확히 났고,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다면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랑니는 칫솔이 가기 어려운 맨 안쪽에 나 있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간혹 어금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리 뽑는 경우가 많다.

치아 손질은 칫솔만으로 충분하다?

치과 의사들은 칫솔질과 함께 치실 사용을 반드시 권한다. 치실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치아 표면의 최대 40%가 칫솔이 닿지 않거나 세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치간 칫솔도 치과 의사들이 권하는 보조 도구 가운데 하나다. 치간 칫솔은 이 사이의 틈새를 닦는 데 효과적이다. 

스케일링은 오히려 치아를 망친다?

스케일링을 하면 이가 깎여나가서 시리거나 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스케일링은 치아에 붙어 있는 치석을 떼어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치석 때문에 부어 있던 잇몸이 가라앉아 치아 뿌리가 노출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가 시리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원상으로 회복된다. 마찬가지로 치석을 떼낸 자리가 비어 치아 사이가 벌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또한 정상적인 일이다.
오히려 스케일링을 해주지 않아 치석이 쌓일 경우 충치나 잇몸질환을 일으킨다. 스케일링은 6개월이나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와 치과 질환은 상관이 있다?

당연한 말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치과 질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턱관절장애 진료건수는 2000년 9만2천여 건에서 2004년 20만3천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경희치대 치과병원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턱관절 장애로 인해 구강내과를 찾는 환자가 매년 5백 명씩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의학계에서는 이런 턱관절 장애의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에 있다고 본다. 스트레스가 면역을 저하시켜 구강내의 건강을 해치고, 이 악물기나 이갈이 등의 악습관을 유발해 턱 관절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안면부위의 근육통이나 턱의 통증 등은 스트레스 탓이 크다.
스트레스는 턱관절 장애뿐 아니라 충치도 부른다. 일본 동경대 예방치과교실의 시무라 노리오 교수는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집단에서 낮은 집단보다 훨씬 많은 충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심리적으로 긴장하면 침의 분비가 줄어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침 속에는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을 억제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전동 칫솔이 일반 칫솔보다 더 효과적이다?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아직은 그렇다는 주장과 아니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전동 칫솔을 개발, 판매하는 업체들은 전동 칫솔이 일반 칫솔이 훨씬 더 많은 플라그를 제거한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치과 의사들은 전동칫솔은 장애인이나 어린이처럼 손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아무리 잘 고안된 전동 칫솔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칫솔질은 하루에 세 번만 하면 충분하다?

그렇지 않다.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아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는 한 구강 질환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하루 세 번 양치질’은 최소한을 의미한다.

껌은 치아에 해롭다?

어떻게 씹느냐에 달려 있다. 껌을 단물만 빨아먹고 뱉으면 치아에 해롭다. 하지만 10분 이상 씹으면 치아 주위에 붙어 있던 음식물 찌꺼기가 닦여나갈 수도 있다. 또 씹는 운동에 의해 잇몸과 턱 근육이 강화되기도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충치가 더 많다?

그렇다.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격차가 크지는 않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충치발생률이 높다. 서울치대 예방치학교실 백대일 교수팀이 200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어려서 충치를 경험한 남자 아이는 82.54%, 여자 아이는 84.14%이다. 영구치 충치 경험률에서도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3~14% 포인트 여성이 더 높았다.
왜 여자가 남자보다 충치가 더 많을까? 백교수팀은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성장 발육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성장이 빨라 유치가 나오는 시기도 남자보다 빠르고, 그만큼 충치를 발생시키는 병원균에도 일직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사춘기, 결혼과 출산, 폐경 등에 따른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잇몸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남자보다 높다.

치아에 좋은 식품이 따로 있다?

물론이다. 우유, 생선, 두부처럼 치아를 튼튼하게 해주는 보호식품이 있다. 이들 식품은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칼슘과 단백질은 치아의 발생 및 발육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 멸치와 같이 뼈째 먹는 생선은 치아가 형성되는 과정에 이로운 역할을 해준다.
입안을 깨끗하게 해주는 식품도 치아의 ‘우군’이다. 사과, 귤, 배같은 과일은 식사 후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거기나 치면에 붙은 치면 세균막을 어느 정도 닦아낼 수 있는 청정 식품이다. 야채도 청정 식품의 일환으로 식사 중에 자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좋다.

단 음식은 모두 치아에 나쁘다?

그렇다. 치아의 최대 적은 설탕이다. 당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치아에 붙은 치면세균막에서 산이 형성되어 치아가 탈회되면서 충치가 발생한다. 특히 엿이나 사탕, 초콜릿과 같은 당분으로 만들어진 식품은 점착도가 높고 당의 함량이 많아 산을 생성하는 정도와 시간이 많아 충치를 부르기 쉽다. 과자류나 비스킷은 탄수화물로 되어 있지만 입 안에서 분해되어 당을 생성하고 분말의 입자가 곱고 치아에 잘 달라붙어 충치를 일으킬 여지가 높다. 빙과류와 청량 음료 역시 치아의 ‘적’. 설탕 성분이 많고 산이 많아 치아를 부식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은주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