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맞춤형 ‘끼 면접’을 아시나요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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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톡톡 튀는 채용 광고 유행…필기 대신 청룡열차 타기 등 거쳐 발탁
 
톡톡 뛰는 젊은이들을 10년 전에는 어떻게  불렀을까? X세대? 땡! 디지털 세대? 들으나 마나 땡이다. 정답은 신세대이다.

10년 전 <시사저널>은 신세대가 대기업 채용 문화를 바꾸는 현장을 다루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는 광고 문구를 한번 살펴보자. ‘모난 돌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젊음. 당신의 끼를 사겠습니다’(신세계).  ‘간 큰 젊은이를 찾습니다’(쌍용그룹).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회장이 주가를 날렸던 대우그룹 채용 광고는 이랬다. ‘삼일 동안 밤을 새울 수 있는 사람, 삼일 동안 놀 수 있는 사람, 노래방에서 서른 곡은 부를 수 있는 사람, 아버지 시계를 분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삼개 국어는 다 못해도 삼개국 이상을 배낭여행한 사람’.

대우그룹에 입사한 이런 신세대는 정확히 14년 뒤, 삼일 동안 술을 먹고 삼일 동안 통곡하는 신세가 되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김우중씨! 이 광고를 기억이나 할까?

광고 문구뿐 아니라 채용 과정도 신세대다웠다. 1995년이 더욱 도드라졌는데, 그 이유는 똑똑한 대통령 때문이다. <시사저널> 제320호 표지 제목 ‘YS 천하 오는가’처럼 당시는 YS 천하나 다름없었다.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가 ‘필기 시험은 전인 교육에 맞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리자, 30개 대기업 가운데 단 한 군데도 필기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그 대신 ‘끼 면접’이 유행이었는데, 취업 시장에서 로그아웃되기 일쑤인 지금의 디지털 세대는 믿지 못할 만큼 부러운 풍경 일색이다. 유람선에서 족구를 하거나, 놀이동산에서 청룡열차를 타고, 동동주를 마시며,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가 면접 시험의 전부였다.

 
이렇게 입사한 신세대는 기업 문화도 바꾸었다. 그런데 ‘쉰세대’가 보기에 기타 치고 드럼 치고 노래하는 이들이 곱게 보였겠는가?  당시 신세대가 쉰세대로부터 자주 들었던 핀잔은 이랬다. ‘너는 인터네트(그때 철자법을 살렸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신들린 듯이 하면서도 네 입맛에 맞지 않는 일은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

2005년 디지털 세대는 이런 핀잔 100번이라도 듣고 싶다. 취직만 된다면 말이다.

1995년 12월, YS는 칼을 뽑았다. 역사 바로 세우기와 비자금 수사라는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YS 앞에 전두환·노태우 씨는 추풍낙엽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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