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화합부터”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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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동교동계의 여소야대 정국 해법 찾기

다시 찾아온 여소야대 정국, 그것도 여야의 차기 대권 후보군의 ‘떠오름’과 함께 찾아온 여소야대 정국을 바라보는 민주당 동교동계의 입장은 착잡하다.

 당장 남북 정상회담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고, 15대 때 마무리하지 못한 각종 개혁 입법 추진이나 원 구성 문제 등 주요 국정 현안이 쌓여 있다. 자칫 시류에 밀리다 보면 김대통령 집권 후반기마저 전반기처럼 정치 공방으로 보낼 우려가 높아졌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DJ와 동교동계의 정국 수습방안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1백15석, 한나라당 1백33석에 비하면 18석이 부족하다. 자민련과의 공조를 복원하더라도 과반수에 못 미친다. 민주당 안에서는 총선 직후 정계 개편이 화제로 올랐지만, 이내 목소리가 낮아졌다. 의석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섣불리 정계 개편에 나설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공유하는데는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인위적인 정계 개편에 나선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호남 무소속 당선자 4명의 입당도 뒤로 늦추었다.

 자민련과의 관계 복원에도 신중하다. “잡아당기기보다 스스로 붙잡고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 가잔 낫다” 라고 동교동계 한  핵심 인사를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정계 개편이나 자민련과의 공조 재개만으로는 국민 대화합을 이룰 수 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만큼 민주당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정국 타개를 노크하고 있다. 정계 지도는 여야 양당 체제로 단순화했지만, 해법은 더 복잡해진 셈이다.

 김대통령은 선거 이후 며칠 동안 장고를 거듭했고, 4월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DJ는 ‘대화’와 ‘협력’, ‘민의’와 ‘화합’이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 DJ는 이날 담화에서 한나라당을 국정 동반자이자 공동 책임자로 인정했다. 여야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만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정권반대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하는 이회창 총재로서도 싫지 않는 타개책이다. 양당은 벌써 여야 영수회담의 실무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동교동-이인제 동맹 상당 기간 지속될 듯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적극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는 단기적인 이유가 정국 안정에 있다면, 장기적인 이유는 차기 대권과 관련되어 있다. 민주당 내에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손해볼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다리걸기 식의 정국 운영만 했지 책임지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여기에는 이총재의 협량(狹量)탓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회창 총재가 ‘수권 능력’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민주당에 존재한다. 따라서 정국 파행의 부담을 여야가 똑같이 질 수밖에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당 내무를 추스르는 것도 DJ와 동교동계의 눈앞 과제다. 수도권과 충청권등에서 큰 성과를 일궈낸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두었다. 그는 다른 대권 경쟁자들에 배해 두 발짝 앞서 나가 독주 채비를 갖추었다. 동교동계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특별한 비토 움직임은 없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 인사는 ‘차기 후보는 이인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인사는 “앞으로 정계 개편 움직임이 무르익을 때 이인제 위원장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JP와 관계를 복원하기위한 이인제 특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인제 위원장이 너무 앞서가지만 않는다면, 동교동과 이인제의 동맹 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인제 위원장이 자기 목소리를 낼 경우를 동교동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김근태 정대철 씨등을 측면 지원해서 그들에게 이인제 견제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점쳐진다.

 동교동계 출신인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대권 레이스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민주당 내에 DJ의 영향력이 여전히 관철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교동계의 과제이자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安哲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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