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난관 많을 것”
  • 워싱턴 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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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 인터뷰

“남한이 상호주의를 포기한 채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고 생각된 않는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현실화하면서 한반도에 본격적인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 주류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른 것같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의회 산하 입법조사국(CRS)에서 한반도 문제를 추적하고 있는 래리 닉시  박사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북한이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에 응한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베를린에서 발표한 선언에 대한 실천의지를 시험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이 선언에서 김대통령은 남한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상호주의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경제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선언은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삼은 그의 햇볕 정책이 상당히 변질 된 것을 뜻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남한은 상호주의를 고수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았는가?
그렇다. 1년 전 베이징 차관급 회담 때만 해도 남한은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적어도 경제 협력 분야에서 만큼은 상호주의 원칙을 예외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일 총비서가 남한을 능히 다룰 수 있다는 자신 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
북한에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할 수 있겠는지 떠보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  군사적인 요구 사항을 들이밀 수도 있다. 이를테면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이나 외국군 철수 요구이다. 그러나 이런 민감한 현안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지는 잘 모르겠다.

북한은 앞으로 이런저런 전제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북한과 협상에 들어가면 종종 구체적인 것들을 협의해 가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친다. 과거의 에를 보자면, 북한은 그 동안 국가보안법 철폐 같은 오래된 전제 조건들을 내세웠다. 북한이 준비 접촉 중간에 이런 조건을 내세우든, 아니면 접촉 말미에 내세우든 크게 놀랄일은 아닐 것이다.

남북간 정상회담 준비 접촉을 잘 지켜봐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94년 6월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유일한 이유가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었지만, 내 견해는 다르다. 김일성이 살아 있었다. 해도 북한이 그런식의 전제 조건을 내세웠다면 정상회담은 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준비 접촉 과정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면?
문제는 평양 정상회담이 끝나고 서울에서 재차 정상회담을 열리고 할 경우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까다로운 정치  군사 현안을 들고 나올 경우 회담은 고비를 맞을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한반도 앞날도 밝아지지 않겠는가?
반드시 그렇게 보고 싶진 않다. 상호주의를 포기한 채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이미 북한에 5년간 상당한 경제 지원을 한마당에 이제는 남한이나 미국이 북한의 경제 개혁과 관련해 분명한 의제를 제시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협상을 하다 보면 반드시 상호주의를 내세울 순 없지 않은가?
단순히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대신 북한이 회담에 응하는 것을 사호주의로 볼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묵한에 식량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면 그대가로 군축이라든가 또는 핵사찰 같은 구체적 현안에 북하이 성의를 보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상호주의라 볼수 있다. 특히 경제 분야의 경우 우리는 진정 북한으로 하여금 진정한 경제 개혁에 대한 공약을 끌어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미 한 관계에 미칠 영향은?
굳이 남북 정상회담을 미  북한 관계와 연관해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분명히 의제를 구분해 왔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결실을 거두면 미국도 이를 환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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