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박사 ‘교통사고’
  • 편집국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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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받혀 ‘어깨뼈’ 부서져 학문 열정은 여전 … 영화도 촬영

 지난해 9월8일부터 11일까지 ≪시사저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휠체어의 천채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킹박사는 3월5일 밤 영국 케임브리지 셀윈대학 근처 도로에서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택시에 정통으로 들이받혔는데, 이 사고로 휠체어가 크게 망가지고 호킹 박사와 간호원도 다쳤다는 것이다.

 6백 50만원이나 들여 특수제작한 휠체어가 망가져 못쓰게 될 정도의 큰 사고였으나 휠체어 밖으로 튕겨져나온 호킹 박사는 다행히 왼쪽 어깨뼈가 부서지는 부상밖에 입지 않았다(그에게는 가벼운 부상이 아니지만). 사고가 났을 때 그 충돌음을 듣고 달려간 셀윈대학 학생들은 호킹 박사와 간호원을 응급치료하는 한편 급히 구급차를 불렀다. 아덴부룩스병원에 입원한 호킹 박사는 이튿날 오후 퇴원, 지금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택시가 박사일행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차가 미끄러져나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사고지역은 가로등 불빛이 어두워 이같은 사고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는 “충돌이 있을 때까지도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계속 달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사고경위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호킹 박사와 함께 우주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소광섭 교수(서울대?물리학)는 이번 사고가 있기 전까지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매우 정력적으로 일해왔다고 ≪시사저널≫에 편지로 알려왔다. 소교수는 특히 그의 강연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18일 다윈대학이 주최하는 ‘다윈강좌’에서 첫번째 발표자로 나온 그는 ‘우주의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강연 시작 30분 전에 청중이 가득차 다윈대학측은 입장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 중계를 해야만 했다.

 작년 한국방문 때도 호킹 박사는 3박4일이라는 짧은 일정과 언어장애 등의 악조건 속에서  두차례의 강연을 거뜬히 해낸 바 있다. 그는 6월말 일본교토에서 열리는 일반상대성 이론학회에 참석하고, 도쿄에서 일반을 대상으로 강연도 가질 예정이다.

 호킹 박사는 불구의 몸에도 불구하고 ‘큰사람’다운 낙천적 성격을 갖고 있다. 농담도 잘하며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그너 음악을 즐겨 듣고 연구실에는 마릴린먼로 사진을 붙여놓고 있다. 이러한 성격과 취미가 그를 영화에 빠지게 한 듯싶다. 그는 얼마 전부터 <인디아나 존스>연작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을 잡았다.

 스티븐 스틸버그는 호킹 박사를 주역으로 우주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조용하고 학구적인 분위가가 감도는 케임브리지대학 구내에 이따금씩 영화촬영팀이 ‘출몰’해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총명한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영화배우로 변신, 강연회장이 아닌 영화관에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날은 언제일까. 이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바 없으나 금년중 촬영을 마치는 대로 상영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5일의 교통사고는 하마터면 불구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위대한 ‘인간승리’를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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