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 · 한리 영상 남북이 바꿔본다
  • 정용탁 (한양대교수 · 영화평론가)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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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한국 영화계 최대의 변화 가운데 하나는 북한영화의 수용문제이다. 현재보다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는 한 그 시기도 빠르면 금년 봄이 될 것이며, 늦어도 내년까지이다. 초기의 영화교류방식은 북한당국와 한국의 개인 영화시간의 선택적 비이데올로기성 영화의 물물교환형식이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있어서는 가령 백두산 · 금강산을 다룬 영화와 한라산 · 설악산을 다룬 영화 등등의 교류방식으로 손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남북의 영화인 교류 및 합작관계도 매우 낙관적이다.

 북한은 현재 한국보다 더 뛰어난 영화시설 즉 하드웨어가 발전되어 있고, 한국은 자본과 기술 즉 소프트웨어가 발전되어 있으므로 제3국 수출용 합작영화 제작에 있어서 의외로 쉽게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한국 영화계의 두 번째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대정부 · 대사회단체 투쟁을 통하여 영화의 표현영역이 90년대 중기부터 소설만큼 대폭 신장될 것이다.

 90년대 중기까지 음성적으로 정치적 소재를 주로 다루며 발전해오던 젊은이들의 소위 비제도권영화는 표현영역의 확대와 더불어 남북한 영화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언더그라운드에 놓일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결국 쇠퇴해져 선진국과 같은 순수실험 영화화될 것이다.

 90년대 말의 한국영화는 현재의 감독보다 아직 데뷔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발전된 한국영화는 영화인들의 의식을 높여 현재와 같이 영화가 정부에 의해 정치 홍보에 이용되는 일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비대화된 영화진흥공사는 축소화될 것이고 또 임직원도 군출신이나 행정관리출신들이 배제되어 영화진흥 업무도 선진국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는 정보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인들의 힘겨운 투쟁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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