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 건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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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김종구 고속전철사업 기획단 단장.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2급).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역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고속전철 건설이 타당하다고 보는 이유는?
  장래 예상되는 수요증가와 악화될 교통상황을 고려할 때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부는 기존 경부선 개량, 고속도로 건설 그리고 고속전철 건설의 3가지 투자방향을 두고 10년 가까이 검토해왔다. 그 결과 건설투자비와 수송력 증강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때 고속전철이 고속도로보다 45% 이상 우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의 교통체계를 그대로 두면 2000년에는 연간 1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운행비가 추가로 필요하게 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고속도로상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내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고속전철과 같은 대형용량의 획기적 수단이 절실하다. 고속전철 건설로 도로와 철도에 숨퉁을 트면 기존 교통수단들의 기능도 회복될 것이다. 또 고속전철은 첨단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 최근 기획단이 내년 4~5월 착공을 밝혔지만 여전히 “시기상조다"  "도로항만 등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공사를 시작해도 7년 뒤에나 상용운행이 가능하므로 지금이 적기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접속도로가 없는 항만 확장은 생각할 수 없다. 승용차의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도로 건설만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고속전철은 고속도로에 비해 건설비는 40% 정도 더 들지만 수송능력은 2배나 크다. 수요가 충분한 경부축에서의 고속전철은 전체적인 교통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 더 급한 것은 화물의 전국적 수송망이지 서울 부산간을 2시간 안에 왕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속전철이 화물수송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당수의 승객이 고속전철을 이용하게 되면 고속도로로 화물수송을 좀더 많이 할 수 있고 기존 경부선의 여객 열차운행도 줄일 수 있어 화물열차 운행여력을 넓힐 수 있다.

●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관주도 하에 일방적으로 계획이 진행되었다는 비판이 많다.
  이미 81년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에서 이 안이 제기됐다. 83년 타당성조사 결과 경부간의 수송능력을 높이는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고속전철 신설이 판정났다. 87년 10월에는 ‘고속철도 국제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올림픽 유치로 지연되다가 지난해 6월 확정돼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그동안 노선 선정 등의 민감성으로 인해 외부 노출이 제한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혹도 많이 발생했을 것으로 안다. 범정부적 추진기구인 경부고속전철사업 기획단이 발족돼 앞으로 관련부처와 전문가들의 참여가 좀더 보장되고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국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 일본 프랑스 독일 3국의 고속전철 공사 수주전이 격화되면서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는데….
  고속전철은 21세기 우리 후손들이 이용할 자산이다. 후손에게 부끄러울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수주를 따려는 외국업체들에게도 로비자금을 쓰는 대신 싸고 한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수주하는 길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 지방자치단체가 자족적인 경제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경부고속전철이 건설되면 경부선 부근과 수도권으로 인구 및 산업집중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전국을 명실상부한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게 되어 실질적으로 전국을 수도권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 및 금융정책등이 지방화시대에 맞게 추진될 경우 지방도시의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정치적인 균형정책만을 고집할 경우 우리 내부의 경제정의는 달성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산업효율성이 떨어져 국제경쟁력 상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차량비 1조2천억원, 직접건설비 4조6천억원 등 5조8천억원이 필요하다. 이것이 일시에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7년간에 걸쳐 집행되며 차량비 등은 공급자금융 등으로 충당되므로 직접 부담금은 4조6천억원 정도다. 역세권 개발을 통한 개발이익과 합동개발로 약 5천억원이 마련될 수 있다. 또 당장의 재정소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장기부채를 가능한한 동원할 것이다. 1조원 정도의 장기차관, 국공채 재정차입 같은 국내장기차입 등을 잘 활용하면 정부의 직접 재정은 1조2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다. 이는 연간 2천억원 정도로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반.  전대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고속전철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도로 항만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부족해 성장의 애로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적체에 몸살을 앓는다. 항만 적체도 여간 심각한 지경이 아니다. 또 러시아워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서울시의 교통체증이 짜증낼 단계를 넘어섰다. 어차피 자원은 한정돼 있어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 투자의 우선순위가 매겨져야 한다고 본다. 적체로 인한 손실이 크고 생산과 직결되는 부문부터 투자돼야 바람직할 것이다. 올해 사회간접자본 부문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14.2% 늘어났으나 적체에 따른 추정손실액(90년 기준)은 도로가 1조2천억원, 항만이 7천억원이나 된다. 계속 악화될 것이다. 참고로 앞으로 10년간 도로 항만 지하철 등 주요사업의 소요경비는 69조원(90년 가격)이나 되는 반면 조달가능 규모는 36조원에 불과하다. 경부고속전철 등 일부 사업은 타당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 고속전철 자체가 상당기간 우리나라에 필요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내년 착공이 시기상조라는 것인가?
  고속전철 자체를 놓고 ‘된다' '안된다'는 식의 공방은 곤란하다. 투자의 순위면에서 적절한가라는 효율성과 기술파급효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일이다. 어느 나라의 차량과 기술이 들어올지, 조건이 어떨지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늦추어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 시간을 두고 조목조목 다져들면 좀더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자를 고를 수 있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 정부는 고속전철 개통으로 하루 45만명을 실어날라 연간 1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교통 체증의 상당부분이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울 부산간만 잘 뚫려 문제가 곧바로 해결된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서울과 수원 반월 인천 등 위성도시와의 연계가 보다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속전철은 물자보다 사람나르기 우선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화물 운송이다. 극단적으로는 서울 부산간은 2시간대로 통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서울과 위성도시간, 또는 서울시내에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이와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면 의미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또 어차피 앞으로의 교통의 중점은 육로가 아니라 항공로라는 지적도 있다.

● 재계는 고속전철의 건설로 재정 팽창을 가져와 물가안정을 야기시키고 성장조차 멈추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논리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교통정책의 수단으로서도 경제성을 다져봐야 하겠지만 고속전철이라는 대형사업 추진으로 야기될 경제의 주름살도 지적되어야 한다고 본다. 5조8천억원의 공사비용은 엄청난 금액이다. 이 돈이 한해 동안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조달방식도 일부는 해외에서 장기로 꿔오고 그밖에 국공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기 때문에 단기간의 급격한 재정팽창은 야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당장 물가불안이 심각한 문제며 국제수지 적자폭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출 등 내년 경제가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실현하려면 재정에서 무리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성장률을 넘는 재정의 확대는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며 자원배분이 민간부문보다 재정쪽에 클 경우 민간부문의 공급애로를 낳는 것으로 우려된다.

●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 재계에서 고속전철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자금조달의 부담이 재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재원마련의 부담이 재계에 떨어져 반대한다는 시각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다만 채권발행의 형태로 진행된다면 간접적인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정부의 채권발행 형태가 강제인수 방식이어서 세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 돈의 양은 일정한데 채권발행으로 흡수된다면 금리가 올라가게 돼 있다. 금리인상은 기업의 자금난을 가져오고 이는 시설투자 재원 압박등으로 성장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

● 고속전철은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국외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단된다면 정부에 상당 정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적 신인도가 실추되는 결과가 예상돼 좋지는 않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국내의 경제적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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