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폭등의 정치책임
  • 김진현 (동아일보 논설주간) ()
  • 승인 1990.03.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세계 4대강국이 된 엄연한 기록이 있다. 스포츠의 기록이다. 88년 서울올림픽은 바덴바덴에서 7년만에 잠실 스타디움에 팡파르가 울릴 때까지도 스릴과 위험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기록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국이 일약 중국ㆍ일본을 누르고 아시아 최강의 스포츠왕국이 되고 동시에 세계 4대 스포츠국가의 기록을 남겼다는 게 큰 기록이다. 올림픽의 정치적 효과는 백점이 아니라 천점으로 올라갔다. 심지어 이 올림픽의 열광을 업고 6共이 들어서는 정당성인 5共청산까지도 어물어물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할 수 없을까 하는 궁리도 없지 않았다.

 이런 올림픽 열광에 같이 열광하는 정치적 자세와 심리속에 바로 오늘, 정확하게는 88년말서부터 오늘까지 계속되는 집값과 땅값의 폭등파동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88년말서부터 89년초에 이르는 3개월 사이에 전국 도시의 집값ㆍ아파트값이 2배ㆍ3배나 폭등한 것은 한마디로 6공의 人事정책 실패요, 89년초의 갑작스런 전세값 폭등과 주택값 파동은 정책신뢰 상실에 의한 것이니 요컨대 6공의 첫 공식기록으로서의 경제정책 실패인 부동산 폭등은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이 나의 평가이다.

 경제의 초보적 지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①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돈을 풀고 ②올림픽 열광의 특수경기를 조장하고 ③3년 연속 흑자, 그것도 지속적ㆍ만성적 적자에서 하루아침에 1백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가 쏟아져나오면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명백한 것이다. 그것은 인플레의 잉태인 것이다. 인플레대책을 통화ㆍ저축ㆍ외환ㆍ무역ㆍ생산ㆍ노사측면에서 ‘非常’대책으로 세우지 않는 한 ‘非常’한 인플레가 발생하게 돼 있었다. 생산요소의 부족에서 오는 인플레라면 고통이 따르는 것이지만 소비수요가 왕성하고 소득증가의 가속에서 오는 인플레는 그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진행은 모두가 기분좋은 것이다. 집값폭등ㆍ땅값폭등으로 결과가 드러날 때까지야 선거선심 때문이건, 올림픽경기 덕분이건, 수출소득증가 때문이건, 임금인상 덕분이건, ‘돈’이 늘고 씀씀이가 느는 것이야 즐거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에서는 이런 때 미리 돈을 쥐어짜서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돈을 땅사고 아파트투기하는 데 쓰지 않고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tM고 집을 더 짓는데 쓰도록 유도하라고 써 있다.

羅雄박사, 司空壹박사, 朴昇박사의 두 경영학박사와 한 경제학박사로 부총리와 재무부장관과 건설부장관을 구성한 6공경제팀이 이 자명할 정도의 경제원리 인플레대책을 몰랐기 때문에 집값ㆍ땅값폭등을 일으켰을까. 아니다. 부총리와 재무부장관이 ‘5공人物’이었기 때문이다. 5공인물을 쓴 人事의 정치적 실패가 바로 6공 경제정책의 지속적 실패를 잉태한 것이다. 만약에 5공의 재무부장관을 6공에 재무부장관으로 그대로 눌러앉힌 이유가 5공부실기업정리 非理와 관련돼 있다면 6공의 국민배신이다. 5공의 잔영을 부총리와 재무부장관으로 눌러앉힘으로써 정책의 ‘자동적 실패’를 보장해준 것이다. 첫째 이 자리가 몇개월짜리 한시적임을 아는 이들로서 개혁이란 고통스러운 작업에 손을 댈 리가 없다. 둘째 5공을 잘 한 것으로 하고 그 연장선상에 있어야 자기정당성이 있지 무엇이건 현상변경을 하면 자기부정이 된다. 셋째 노사분쟁ㆍ인플레대책 모두 인심을 잃어야만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그러지 않아도 자기정당성이 애매한 사람들이 싫은 소리, 용감한 조치를 할 수가 없다.

 이런 자세와 심리로써 돈을 쥐고 노사에 싫은 소리하고, 소비자에 인심 잃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부실기업에도 국민세금 주겠다고 약속하고 물가 올린다고 건설부장관의 아파트값 현실화정책을 막고 인심쓰고 듣기좋은 소리나 하고 훌쩍 떠난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렇게 6공의 첫 경제정책 실패를 기록한 그 부총리가 책임을 지는 반성과 근신은 커녕 여당의 공천으로 不正선거 투성이의 보궐선거에 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 부정선거를 개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스스로 물러나는데 6공정책 실패 1호 책임자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의정단상에 서는 것이다. 이런 6공의 인사정책은 국민의 정부불신ㆍ정책불신을 만든다. 정권이 부동산공개념으로 철퇴를 내린다고 으름장을 놓는 데도, 정부는 안믿겠다고 집값ㆍ전세값ㆍ땅값이 오르는 것이다.

 趙淳부총리를 불러놓고 5공의 잔재인, 문책받아야 할 6공 첫 부총리가 따지는 모양을 짜놓은 권력구조가 서글프다. 조부총리가 가장 개혁적이라거나 5공ㆍ4공에서 박해를 받은 적 없으니 동정을 할 만하다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정도나마 그래도 개혁을 상징하는(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쪽에 있는 조부총리를 비판하는 쪽의 입장에 다른 사람 아닌 바로 6공 引責으로 圈外(정치권이건, 경제권이건, 관료권이건간에)에서 참회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부정선거 시비를 거쳐 국회의원으로, 민자당브레인으로 재등장하는 그림이 참으로 추하고 역겹다. 게다가 부총리ㆍ총리 재등용설이 나돌고.

 이런 추한 그림이 정권에 걸려 있는 한 그 어느 국민이 그 정권을 믿을 수 있으며 ‘改革’의 구호를 믿을 수 있는가. 아무리 돈 풀어도 증권시장이 내려앉는 것을 보라. 불신이 꽉찬 것이다. 6공의 경제정책 실패는 바로 인사실패요 정치의 실패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