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인공섬 건설, 타당성 공방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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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오염?한경파괴, 재검토해야”‥‥“반대 위한 반대, 근거없다”



 오는 2003년이면 부산 영도와 송도사이 남항 앞 바다에 드넓은 섬이 들어선다. 현대과학이 진수를 총동원할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부산 해상 신도시 건설계획’.총사업비 7조원, 건설 기간은 10년으로 잡고 있는 이 인공섬은 면적으로 따져 서울 여의도의 2배이며 일본 고베항의 인공섬 포트 아일랜드보다 56만평이 넓은 총 1백88만평이다.

 인공섬이 건설되면 교통?용지?재정난등 부산시가 당면한‘3난’이 해결되고 다가올‘환태평양시대’에 부산시가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이 계획은 시민단체들과 일부 전문가는 해수오염과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인공섬에 거는 기대를 ‘장밋빛 환상’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공섬, 과연 국내 제1의 항구도시 부산에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인가. 이미 지난 2월말 부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승인까지 얻어 기본 설계 단계에 들어간 이 사업은 현재“누가 첫 삽을 뜰 것인가”라는 문제만 남겨 놓은 상태이지만, 최근 또다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어 사업 추진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지난 5월9일 부산시 수정동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린‘환경과 개발에 관한 국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도 인공섬 반대론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경실련이 전국을 돌면서 눈 앞에 닥친 브라질 유엔환경개발회의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각 지역이 당면한‘환경과 개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패널식 토론 발제자로 나선 吳建煥교수(부산대?지리교육)는 평소 지론대로“인공섬 조성은 부산의 모습을 탈바꿈할 획기적 구상이지만, 계획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며“굳이 인공섬을 건설하려면 그 위치를 남항 앞 바다가 아니라 도심에 멀리 떨어진 가덕과 녹산지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이 진행되던 저녁 7~8시. 만덕로 수영로 사상로 등 부산 시내 곳곳의 도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극심한 교통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가장 혼잡한 수영로에 늘어선 차량들은 극심한 병목현상으로 1시간 이상 발이 묶여 있었다. 출퇴근 시간 때 부산 도심 차량 주행속도는 평균 14.5㎞. 평균시속 18㎞인 서울 도심보다도 훨씬 떨어져 교통난이 심하기로 전국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부산시가 이런 교통난을 겪는 주요 원인은 부산시가 국내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이란데 있다. 부산항은 국내에 들어오고 나가는 컨테이너 화물의 95%가 처리되는 곳으로 이 화물이 절반은 도심지를 지나는 간선도로를 통과할 수밖에 없어 교통난이 극심하다. 부산항을 거쳐간 컨테이너 화물은 지난 90년대 한해만 2백34만8천TEU(1TEU는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에 이르렀다. 더욱이 컨테이너 물동량이 현재 수준의 2배로 늘어나는 2011년엔 교통난은  물론 컨테이너 선박 수용능력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여 시당국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인공섬 계획은 대학 1년생 습작 수준”

 88년도 부산시가 남항에 인공섬을 만들겠다고 착상한 것은 바로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도심 가까운 곳에 인공섬을 건설해 외곽 순환도로에 연결시켜 항만 물동량의 도심진입을 막고 도심 순환도로와도 연결시켜 교통난을 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국제화 시대를 대비하여 금융기능과 정보기능을 갖추는 외에 컨테이너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를 만들어 국제항으로서의 기능도 강화하려는 목표가 더해졌다.

 89년 4월 부산시는 인공섬 건설추진 실행기관으로 부산발전추진기획단(이하 추진기획단)을 정식으로 출범시켰으며, 공영개발방식?민간자본 유치로 인공섬을 건설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부족한 시 재정상태를 개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부산시의 야심찬 계획은 부산경실련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인공섬 관련공청회와 세미나를 통해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곧 벽에 부딪혔다. 특히 인공섬 건설로 부산 남항이 폐쇄됨으로써 해수정체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현재 부산항 해양수질오염도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8~12ppm으로 수질오염기준3등급을 2배나 초과하는 상태이다. 부산항 해수오염의 주된 원인은 북항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수정천, 남항의 보수천에서 흘러나오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오건환 교수는“남항이 폐쇄되면 그나마 오염상태를 완화시켜주는 해수 자정능력이 상실돼 부산항은 시궁창이 될것”이라고 경고한다.

 교통지옥으로 일컬어지는 부산시 교통난해소, 국제항으로서의 역할 증대 등 인공섬 건설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도 아직 의문이다. 朴容燮 교수(부산해양대?법학)는 “해양지리학적으로 볼 때 인공섬 건설계획은 대학 1년학생들의 습작 수준”이라고 혹평한다. 인구 밀집지역인 광복동 남포동 중앙동에 인접해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은 도심기능의 분산 추세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교통난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또 “인공섬을 건설하면 배가 정박하기 알맞은 입지조건을 갖춘 남항 앞 바다가 없어지게 돼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산공해추방운동협회 등 시민 단체와 전문가들은 현재의“실효성 없는 인공섬 계획을 다음 세대로 넘기거나 적어도 알맞은 입지를 골라 위치를 바꾸는 등 계획 자체를 제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국가적 차원도 아닌 일개 지방 자치단체 수준의 공사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서둘러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될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공섬 건설 사업비는 1조6천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현재 7조원 정도로 불어난 상태이다. 박용섭 교수는“아무리 지역개발이 좋다고 하지만 경부고속전철 사업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한지역에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건설을 강행하려는 부산시의 저의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통난 해소?국제항 기능 확대 목적”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는 추진기획단은 이와 같은 건설 반대론자들의 공격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한다. 특히 최대 쟁점이 되는 해양수질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환경처의 보완지시에 따라 해수 이동이 원활하도록 하기 위해 수로폭을 줄이고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인공섬 건설로 유속이 오히려 빨라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교통난 해소 문제도 마찬가지. 부산시로부터 인공섬 건설에 따른 교통영향평가가 용역을 맡아 吳允杓교수(동아대?도시공학)는 “교통난 해소라는 목적으로는 현재 위치가 가장 바람직하다”주장한다.

 인공섬 반대론자의 주장과 관련해 추진기획단의 金熙生 단장은 “지난 4년 동안 1백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가며 보완작업을 진행, 하나씩 둘씩 해결해가고 있는 문제들을 새삼스럽게 다시 들먹이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역사가 되리라는 부산 인공섬 건설. 착공1년을 며칠 앞둔 이 시점에서 부산시와 시민이 환경과 개발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더욱 치밀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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