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性 통한 생명의 질서”
  • 송 준 기자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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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을 심는 여인》 펴낸 朴英淑 민주당 최고위원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물이 흘러넘칠 때는 수도꼭지를 고쳐야지 그릇으로 아무리 물을 퍼내봐야 소용이 없다.” 朴英淑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도꼭지論’을 제기한다.

 지난 5월29일 13대의원 임기를 마친 박최고위원이 자신의 운동철학과 의정활동 내역을 밝힌 글모음집 《녹색을 심는 여인》(학민사)을 펴냈다. ‘정치론’ ‘펑화론’ ‘환경운동’ 등 다섯 부문으로 꾸며진 이 책은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온 박최고위원이 독자에게 내놓은 ‘운동시말서’이자 ’의정보고서‘이다. 가족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의정활동 성과로 꼽는 그는 “어렵사리 쟁취한 몇 가지 성과조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소외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책 발간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책을 통해 드러나는 박최고위원의 두드러진 정서는 ‘생명 경외’이다. 그는 ‘녹색’으로 상징되는 ‘생명’을 해치는 모든 구조적 문제에 주목한다. 이 문제들은 비도덕적 권력집단에 의해 왜곡된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물질의 풍요만을 추구해온 산업화·도시화 정책의 ‘배설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 이 문제들은 “한쪽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와 과소비와 호사를 즐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격무·산업재해 등으로 몸을 망치거나 심지어 性을 팔아야만 하는 뒤틀린 사회구조”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죽음의 질서’를 바로잡는 ‘살림의 처방’으로 박최고위원은 母性을 꼽는다. “모성은 나눔이고 사랑이며 보살핌이다. 가족을 위해서 여성들은 모든 것을 다 바친다. 다만 아직까지 ‘가족 이기주의’에 머물러 있는 이 모성을 ‘함께 사는 사회’ 또는 세계전체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성, 혹은 女性性이 구현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너무 닫혀 있다. 이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사회를 여는 것도 여성 스스로의 몫이라고 박최고위원은 주장한다. 그 대안이 곧 여성의 정치참여이다. 여성 지도자 및 선거 입후보자, 그리고 유권자로서의 여성 모두가 개혁의 주체인 셈이다.

 박최고위원은 원외에서 펼쳐갈 3대 중점사업으로 환경운동·여성운동·사회복지활동을 들고 이를 위해 조만간 사회개발정책연구소(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폭력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서 법안마련 활동과 동시에 ‘강간위기센터’ 운영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그는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 모두 여성으로 이뤄진 ‘성폭력 피해사건 전담 법조인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들 겉으로 불협화음이 나지 않는 조용한 상태를 평화라고 부를 수 없다. 이것은 회칠한 무덤에 불과하다. 정의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박최고위원이 즐겨 인용하는 이 표현은 그가 어떻게 녹색을 심어갈지 우리를 궁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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