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자투리광고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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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신문 귀퉁이 이용…매일 같은 곳 문안?삽화 바꿔

당신은 신문 귀퉁이를 유심히 보는 편인가. 만일 무심결에 흘려버리고 있다면, 작지만 매력적인 광고의 세계를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신문의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이 조그마한 광고(돌출광고)의 주인공들은 대개는 광고가 절실히 필요한 중소기업들이다. 방송의 광고시간대와 신문의 광고지면을 대기업에 독과점당한 중소기업들이기에‘자투리’광고를 잘 활용해서 광고에 성공할 경우, 그것은 대견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83년 설립되어 대중적인 철학서적을 출판하는 정신세계사(대표 OOO)는 89년 5월 이래 2년 이상을 <한겨레신문> 한켠에 3.2X8.7cm 크기 광고를 내왔다. 보통의 광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매일매일 광고문안을 바꾼다는 점이다. 광고문안은 출판사 쪽에서 만들어내고 있는데, 단순한 ‘말장난’이상의 내용을 함축하려고 애쓴다.

광고문안에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랍니다”라는 평범하지만 예리한 명제가 있는가 하면, “오늘, 백담사에서 백일기도가 끝난답니다”라는 식으로 정치를 풍자한 것도 있다. “셋방살이 서울쥐의 애환을 시골쥐는 어떻게 보았는가”라는 문안은 현대적 역설이 담긴 우화집인 <파라독스 이솝 우화>의 광고문구이다(사진). “광고를 통해 소개된<성자가 된 청소부> <꼬마성자> <빠빠라기>등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이 회사의 ooo 전무(38)는 말했다.

연속돌출광고는 하나의 유행
20년간 ‘콩쥐바지’라는 상표로 아동용 바지만 생산해온 덕양상사는 80년대 후반 대기업과 외국기업이 아동복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른용 바지도 만들기로 결정했다.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코마콤’사의 ooo 사장(40)은 연간 2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달라는 어려운 주문을 받았다. 그는 콩쥐바지가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에 바지시장 자체를 키우는 게 적절한 전략이고, 따라서 치마를 공격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작년 3월5일 <한국일보> 월요판 사회면에 실린 첫 광고는 “바지예찬! 바지가 치마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라는 간단한 문구에 “매주 월요일의 이 광고를 지켜봐주세요”라는 당부만 덧붙여 놓았다. 이 ‘바지예찬’은 광고문안과 삽화만 바꾸면서 같은 장소에 주 1회씩 1년간 54회에 걸쳐 계속되었다. “바지는 미운 다리도 감춰준다” “바지가 없다면 등산은 문제투성이” “현대여성들의 월동준비는 3비-바바리 부츠 바지”등 다양한 문안이 작성되었다. 그중에서도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나온 “통일이 논의되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바지는 함께 있었습니다”. 서울?경기 일대에 수해가 몰아쳤을때 등장한 “수해복구 현장에서만큼은 바지와 치마가 따로 없습니다”, 통일열기가 한창 고조됐을 때 나온 “바지는 둘로 갈라져 있어도 결국은 하나다”등의 문구는 시의적절하고 공익성도 강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1년 후 ‘바지예찬’은 ‘바지주장’(사진)이라고 제목이 바뀌면서 더욱 공익성 강한 연속광고로 계속되고 있다.

이 광고의 효능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보통 잘 팔리는 옷의 재고율이 20%를 웃도는데 이 옷의 재고는 거의 없다고보면 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한다. 이 광고는 지난해 10월 한국광고대상(<한국일보>주최)일간지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중소기업의 돌출광고가 입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매일 광고문안을 바꾸어 눈길을 끈 경우 청바지 생산업체인 ‘뱅뱅’과 자매회사인 캐주얼의류 업체 ‘에드윈’도 있다. 두 회사합계 매출액 5백억원, 종업원수 4백여명에 이르는 이 회사들은 최근에 ‘사랑 십계명’(사진)이란 연속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사회적인 현안에 따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뱅뱅 패션쇼를 열고 싶다”거나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은 에드윈 매장에 들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같이 문안을 바꾸어 나갔다.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韓原愛 그래픽실장(30)은 “거의 매일 독자의 전화를 받는다”면서 “광고문안을 독자들로부터 공모하는 방법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회사의 성공으로 연속돌출광고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작년 콩쥐바지 양일모 사장이 한국광고대상 수상 당시 밝힌 소감은 광고의 날(7월26일)을 보내면서 되새겨봄 직하다. “바지 만들기 20년, 하지만 광고없이 어찌 세상에 알려졌겠으며 어찌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겠으며, 또 품질이나 매출에서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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