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플루토늄 추출 능력 없다”
  • 이태우 박사(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센터 연구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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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박사 기고에 대한 반박… “그의 논리에 따르면 核國 50개 이상”



《시사저널》은 제 145호(8월6일자)부터 147호(8월20일자)까지 3회에 걸쳐 호주의 핵번문가인 피터 헤이즈 박사의 특별기고문을 연재했다.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과 핵무장 가능성에 관한 그의 주장은 관련단체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시사저널》은 이번 호에 국방 연구원 李泰宇 박사의 ‘헤이즈 박사 기고문에 대한 반박문’을 싣는다. 피터 헤이즈 박사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핵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한미군의 핵무기 문제를 최초로 분석한 《태평양의 화약고》란 책을 써 널리 알려진 한반도 핵전문가이다.〈편집자〉

 

 명색이 핵번문가라고 하는 호주 출신 피터 헤이즈씨는 지난 8월6일자《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핵무장 능력과 관련해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음으로써 충격을 던져주었다. 농축시설을 이용하여 만든 고농축 우라늄이나 재처리를 이용하여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헤이즈씨의 말대로 한국은 7백60만KW의 원전용량을 가지고 있어 우라늄 핵연료를 떼고 남는 사용후 핵연료를 매년 수백t씩 배출하낟. 그러나 한국은 이를 손도 대지 못한 채 감시카메라가 돌아가는 수조에 담궈놓고 있다는 사실을 헤이즈씨가 몰랐다고 치자. 물론 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탄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2000년까지 지속하면 핵폭탄 1백32개를 만드는 데 충분한 분량이 된다고 치자.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헤이즈씨는 “한국은 2000년까지 수개월 안에 핵무기를 개발해 배치할 수 있음은 물론 단거리·중거리 및 대륙간 발사수단을 갖춘 준핵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을 만들어 F-16 등 운반수단에 장착할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국이 허용해도 10년 내 핵무장 불가능”

 그렇다면 비슷한 논리를 호주에 적용해보자. 호주는 제1종 우라늄광(1kg 당 80달러 이하로 생산 가능한 것)은 약 47만t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서방세계 전체 제1종 매장량의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핵탄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만들면 4백70t에 이른다. 호주는 이미 농축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를 핵탄으로 만들면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 보이(Littlt Boy) 폭탄을 무려 3만3천개나 만들 수 있고, 게다가 제2종 우라늄광을 합치면 수십만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명색이 전문가라면 이런 식의 주장은 하지 않아야 옳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한 나라의 핵무장 가능성을 논할 때 핵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경제적 능력’을 잣대로 사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굳이 능력만 가지고 말한다면 적어도 50개국 이상이 핵국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며, 호주는 최상위에 오를 것이다.

 둘째 헤이즈씨의 방식대로 능력만 가지고 따져보더라도 그렇다. 한국은 농축이나 재처리 시설을 보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보유하지 않을 것임을 ‘11·8선언’을 통해 천명했고, 같은 내용의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중인 상태다. 헤이즈씨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照射後실험실을 악용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으나, 이 시설의 동위원소 취급단위는 마이크로그램 단위에 불과하다. 감시의 눈을 번뜩이는 미국이 갑자기 청맹과니라도 되어(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 한국이 10년 동안 이 시설을 악용하도록 허용한다. 하더라도 소형 핵탄 1개 분량의 플루토늄도 추출할 수 없다는 점을 헤이즈씨는 모르는가. 그렇다면 농축도 재처리도 하지 않는 한국이 어디서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만들어낼 것으로 추정했단 말인가. 핵시설이 전무한 한국에 대해 그런 식의 논리를 편다면 이를 가진 나라들에 대해서는 어떤 논리를 펼 것인가(농축이나 재처리 시설은 세계 30개국 이상에 분포되어 있고 니제르 콩고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헤이즈씨의 학자적 양심에 묻는다. 학자라면 근거에 따라 주장을 펼치고 근거가 부족할 때는 객관성을 준수해야 한다. 호주는 남태령양 비핵지대 회원국이며 화학무기 폐기조약 성안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원전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노력과 비교되지는 않는다. 자원빈국인 한국은 원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농축과 재처리가 없는 원자력산업은 선진화를 기할 수 없는데도 북한의 핵문제 진화와 국제신뢰를 위해 스스로 비보유를 선언한 상태이다.

 한국은 주변 핵국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선포했다. 이토록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취한 한국의 결정이 방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태평양에 홀로 뚝 떨어져 있어 쳐들어올 나라도, 위협할 주변 핵국도 없이 팔자 좋게 비핵을 즐기는 호주와 어떻게 비교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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