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전 국왕 ‘미하일 1세’
  • 부다페스트·김성진 통신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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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권 失政에 포문 열어



1947년 12월30일, 루마니아 국왕 미하일 1세는 공산정부로부터 퇴위 요구를 받고 망명 길을 떠났다. 루마니아는 이날 인민공화국임을 내외에 선포했다. 왈라치아공국과 몰다비아공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루마니아라는 이름을 걸고 자치 왕국으로 세상에 등장한 지 88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45년. 세월의 뒤안길에 묻혀 살아 생전 조국을 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미하일왕은 지난 4월 일리에스쿠 정권과의 협상 끝에 가까스로 조국에 발을 디뎠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필생의 꿈인 왕정복고의 가능성을 엿보긴 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영구 귀국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의 영구귀국이 정권 재창출에 목을 매고 있는 현 일리에스쿠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칩거생활을 해온 미하일 1세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언론을 통한 영향력 증대에도 나서고 있다. 부쿠레슈티에서 발행되는《엑스프레스》지(8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출마 여부나 귀국문제 등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우회적으로 현 루마니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미하일 1세는 이 회견에서 “루마니아 내부에서 소수 민족과의 긴장을 유발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나라를 민주화하려는 사람들은 이런 긴장을 유지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현 루마니아 정권의 민주화 의지에 회의를 나타냈다.

특히 그는 “최근 루마니아의 사정이 나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은 억압을 피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이어 “독재자들은 자기 자신을 마치 루마니아 그 자체인 것처럼 생각했으며 나라사랑마저 반유태주의로 호도해 외국인들을 경멸하고 괴롭히는 것을 아름다운 일로 여기도록 국민을 잘못 이끌었다”고 강경하게 비난했다.

이는 공산정권이 몰락한 이후 현 체제 아래서 소수 민족의 위치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일리에스쿠 대통령 정권의 실정을 직접 겨냥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 루마니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도출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애국의 힘은 그 어떤 다른 것과도 교환할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 모든 국민은 나라사랑에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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