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층 공산당 기피한다”
  • 최성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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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적고 책임 요구량 많기 때문…제4차 조선학 학술대회 참관기


지난 8월20일부터 22일까지 북경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조선학 국제학술토론회는 ‘친북인사 중심의 학회’라는 그동안의 의구심을 상당 정도 해소하고 국제학술대회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자리였다. 이 대회에는 남한 1백46명 북한 29명을 포함하여 9개국에서 참가한 6백22명의 전문학자가 11개 분과에서 3백15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성황을 이뤘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분과는 역시 한반도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정치·법률 분과였다. 북한 통일론의 대표적 이론가인 북한 사회과학원 김경남 부소장은 “군사무기가 밀집된 상황에서 휴전선을 통과하는 철도를 놓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제문화적 교류의 동시타결 원칙을 주장했다. 또 그는 “누가 누구를 먹고 누가 누구에게 먹히는 식의 통일을 추구한다면 총부리에서 총알이 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흡수통일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사회분과에서 관심을 끈 발표는 북한 사회 과학연구소 윤문영씨의 ‘공화국 녀성의 지위와 역할’이었다. 그는 “물론 아직까지도 봉건적 유산이 남아 있지만 여성들은 정치일꾼 과학자 지배인 노동자 관리직 위원장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학자들은 ‘항일무장투쟁’에서부터 ‘경제건설에 있어서 환경보호문제’ 그리고 ‘종교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고찰’에 이르기까지 국제정치적 변화에 대응하는 좀더 현실적인 내용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새 숙청 시작, 평양에 규찰대 등장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중국 요녕성 사회과학원의 장수산 연구원은 흥미로운 북한방문담을 전해주었다. 김일성대학 언어학과를 김정일 비서와 함께 졸업한 그는 70년대까지 북한에 거주했고 북한 사회과학원과 공동연구작업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북한을 찾은 인사이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한·중 경제협력에 대해 강연도 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해 “단적으로 말해 파국적 위기상황이다. 식량사정도 열악하며 지방은 특히 심각하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여러 가지 통계는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알곡생산 8백만t을 달성했다고 선전하면 실제로는 4백만t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전력도 북한이 당면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60%에 불과하며 지방은 물론 평양조차도 전력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사회상황에 대해서는 “당의 통제가 대단하다. 최근 들어 새로운 숙청이 시작됐고, 대중들의 이완된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3개 규찰대가 평양에 새로 등장했다. 주로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은 사람을 규찰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북한 대중들의 정치의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비록 사회주의권의 변화나 남한 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중국의 물질문화 생활에 대한 그들의 동경심은 대단히 크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사회주의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그는 “김정일의 지도력은 상당히 취약하다. 따라서 김일성 사후 누가 후계자가 되든 민중적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 이런 연유로 최근 단행된 군부개편은 오진우를 제외한 대부분이 김정일 친위 그룹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라고 분석·전망하였다. 장씨의 위치에 비추어볼 대 이같은 증언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다.

중국의 교포학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북한에 친척을 둔 중국의 한 조선족 교수는 “중국공산당에 가입하는 것을 기피하는 젊은 층의 세태가 오늘날 북한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평양의 친지로부터 들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당원의 특혜가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책임감과 헌신성만 요구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변대학 송관덕 정치학 주임교수는 한·중수교 이후에도 “중국과 북한의 정치경제적 유대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며, 북한 역시 현실적인 통일·외교정책을 유지·강화해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 학자가 학술토론과 술로 지새운 북경의 밤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끈끈한 민족애’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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