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건강 시리즈 보약·건강식품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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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보약과 건강식품을 찾고 있으나 체질과 약효를 무시한 보약 사용은 건강에 큰 해학을 끼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약 찌꺼기로 만든 개소주 많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보약과 건강식품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무분별한 식생활을 삼가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보신탕 뱀탕 흑염소에서 부터 곰쓸개 개구리 지렁이 심지어 굼벵이에 이르기까지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영제한의원의 盧斗植 원장은 “건강식품업소가 해마다 늘어나 흑염소집만도 전국에 4천여곳이 넘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인의 지나친 ‘건강병’을 잘 보여주는 한가지 예에 불과할 뿐이다.

서울 경동의 한약시장 등 한약상사는 건강 · 강장 식품을 찾는 사람, 한약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영지버섯이 간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경동시장을 찾은 한 회사원은 한아름의 영지버섯과 함께 ‘매일 차로 달여 마시라’는 처방전을 들고 어느 한 약방 문을 나선다. 그의 다른 한 손에는 영지버섯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는 얇은 책자가 쥐어져 있다. 시장 골목 초입에는 아낙네들이 좌판을 펼쳐놓고 줄지어 앉아 인삼 녹각 등 한약재를 팔고 잇다. 경동시장 한복판에는 줄지어 선 한약방들과 나란히 보신탕집과 흑염소집도 즐비하다.

보신탕, 성인 건강에 해독 될 수도
일반인이 가장 많이 찾는 건강식품은 역시 보신탕이다. 보신탕은 명성 그대로 고단백 영양식품이다. 의학자들도 보신탕이 폐결핵환자 해산부 허약체질자 등 특별히 영양ㅇ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신탕이 자칫 성인 건강에 해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신탕의 재료가 되는 개고기는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하여 고지혈증 · 노혈전증 등 성인병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한의학과 安德均 교수는 보신탕이 “영양상탱가 지나치게 좋은 중산층 선인들에겐 금기돼야 할 식품”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개소주로 알려진 구육탕의 경우는 제조법상 주의할 식품이다. 전통 한방에서의 개소주는 한약제에 약효를 상승시키느라 개고기를 첨가해서 만드는 한약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중업자들은 보약을 달인 후 남은 찌거기를 넣고 개소주를 만들어 판다고 한다. 서울 천호한의원의 尹碩容 원장은 “시중에 팔리고 있는 개소주는 십전대보탕의 폐기물을 넣어 만든 저질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동남아지역에서 한국인들의 보신관광 품목으로 유명한 뱀탕의 경우를 살펴보자. 뱀은 지렁이 미꾸라지 뱀장어 등과 함께 손꼽히는 고단백질 식품으로, 서양에서는 호르몬제로 사용돼 왔으며 한방에서도 강장제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뱀을 먹을 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맹독성 뱀에서 빼내 강장제로 팔리고 있는 독은 조심할 대상이다. 위궤양이 있거나 구내염이 있는 사람이 마시게 되면 혈관으로 들어가 독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뱀은 고단백식품이므로 보신탕과 마찬가지로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에겐 금기식품이다.

상승효과 있으면 저하효과 있게 마련
녹용이나 인삼 등 한약재도 한상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의학자들은 “어떤 한방약이든 상승효과가 있으면 반드시 저하효과가 있게 마련”이라면서 무분별하나 보약재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인삼은 고혈압환자에게는 열을 올리고 저혈압환자에게는 열을 내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면 ‘불로초’로 불리는 영지버섯은 면역과 항알레르기작용에 매우 좋은 한약재이지만 저혈압환자에겐 오히려 좋지 않다. 비싼 녹용 대신 값싸게 구입해 보혈제로 달여먹는 녹각 역시 칼슘성분이 많아 위장장애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의학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약은 건강식품과는 달리 치료약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약은 엄연히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겐 흔히 건강식품과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물질대사를 촉진시키고 생체의 반응성을 높여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건강식품과 유사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자들은 “보약이 기를 북돋우는 보기약, 피가 모자랄 때 쓰이는 보혈약, 양기와 음기각 부족할 때 쓰이는 보양 · 보음약 등 각각의 병증에 맞게 쓰이는 치료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小言 小食 小思가 건강 비결
또한 “약효를 무시한 보약 사용은 일반양약을 오 · 남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건강에 더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의학자들은 체질을 무시한 채 보약을 써도 무방하다는 일반인의 인식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천호한의원 윤원장은 “한방에서의 치료법은 4상, 8상, 16상 등 일정하게 분류된 체질에 근거하기 때문에 보약의 경우도 우선 체질에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보약을 쓰기 전에 반드시 전문 한의사와 상담해야 하며 절대로 자가처방을 해선 안된다”고 충고한다. 그밖에도 사용 전에 나이와 성별, 질병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혈압 높은 사람이 보양제를 쓰면 중풍이나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

그러나 건강식품이건 보약이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골라 먹는다 해도 그것이 곧 영원한 건강을 부장하지는 못한다. 경희대 의대 안덕균 교수는 건강유지의 최선책은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있는 식생활”이라고 강조한다.

천호학의원 윤원장은 “小言 小食 小思야말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말을 적기 하고 과식하지 않으며 정신적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건강유지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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