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은 인격권 가진 존재”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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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사 부사장 승진한 박희준씨 ‘국제화 경영관’ 밝혀


 최근 한국 모토로라에는 경사가 있었다. 모토로라반도체통신 사장이자 한국 대표인 朴希晙(50)씨가 본사 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한국내 모토로라 조직은 생산 및 수출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코리아와 국내 영업을 주력으로 하는 모토로라반도체통신 두 축으로 돼 있다).

 박사장의 승진은 단순히 개인사로 비치지 않는다. 우선 모토로라 같은 범세계적 기업에서 한국인이 경영 핵심에 접근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기업인의 국제화 의미를 넓힐 수 있다. 또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과도 맥이 닿는다. 박사장은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있다”라고 해석했다.

 박사장은 84년까지 삼성그룹 사람이었다. 그가 ‘탈 삼성’을 결행한 것은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를 도전이 필요해서였다. 도전 대상을 모토로라로 삼은 것은, 그가 전 직장에서 반도체와 통신기기를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자신의 선택을 썩 마음에 들어한다. 무어보다 모토로라가 인간 존중의 기업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며, 기술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주력인 반도체와 통신기 사업에서 각각 세계 3위와 1위를 자랑한다. 박사장은 한국 모토로라가 한국의 정밀금형산업과 반도체산업에 끼친 공헌이 결코 작지 않다고 자부한다. 이는 모토로라가 기본적으로 원료 공급 업체로부터 협력 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익이 되는 전략(win & win situation)'을 채택하여 기술 이전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다국적 기업의 일원답게 경영관으로국제화를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국제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단련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도력과 직업의식은 그가 경영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는 1,2순위다. 지도력은 종업원과 경영자를 가장 다르게 구별짓는 요건이며, 직업의식은 전문화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경영자의 기본 소양이라는 것이다.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한 그가 낙오자에 대한 배려를 경영자가 갖춰야 할 마지막 덕목으로 꼽는 것은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는 모토로라의 행동지침인 자기 일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열심인 경영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영 목표인 총체적 고객 만족에 한발짝 다가선다고 믿는다.

 모토로라의 한국 책임자로서 그는 최첨단 공장을 짓는 것이 단기 경영 목표이다. 이를 위해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그는, 올 9월께는 사업 윤곽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리듐 66계획’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것도 그가 올해 하고 싶은 일다. 이 계획은 위성통신과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해 전세계 누구와 언제 어디서라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모토로라의 35억 달러짜리 원대한 꿈이다.

 박사장은 모토로라 역시 인종 차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지만 ‘개인이 인격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전세계 종업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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