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향락 산업 “김서방 띵호아”
  • 북경.이치한 (자유 기고가) ()
  • 승인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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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종업원.한국인 손님 많아…언론“한민족이 주도”과장

자기들을 ‘용의 자손’이라고 칭하는 중국인. 지금 그들은 ‘십년 재난’이라고 부르는 문화대혁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개혁.개방을 방법론으로 하여‘중국 특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라는 지난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산물로 생긴 신조어가운데 하나가 ‘三陪’라는 단어이다. 삼배라는 말의 해석을 놓고 ‘陪吃.陪琓.陪住(오락 사업 종사자들이 손님과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놀아주며, 잠자리도 같이한다는 뜻)’라는 해석도 있으나, 중국 최대 관영지<人民日報>등 언론과 정부에서는 삼배를 ‘陪酒.陪舞.陪唱 (오락 시설에서 종사자들이 손님과 같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는 뜻)’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삐삐’찬 중국판 인터걸들
 최근 중국에서는 건전한 오락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유락 업소에서 성행하는 삼배 현상을 근절하려고 단속을 강화했다. 삼배가 단순히 삼배의 개념대로 술친구가 되어 춤과 노래를 해주는 것이라면 중국의 위생국과 공안국도 전국적인 근절 홍보와 단속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삼배만으로는 사회주의 정신문화 건설이라는 대명제에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삼배가 야기하는 ‘색정 영업’이 있기에 중국 정부 당국자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옛 소련에 ‘인터걸’이 있듯이 중국 내에서도 비공식적인 매춘 행위, 즉 'B.P.샤우제(B.P. 小姐)‘가 있다. 이는 호출기(삐삐)를 차고 있는 아가씨라는 뜻의 영어와 중국어 혼용어(중국에서는 삐삐를 영어로 B.P.라고 표기한다)이다. 심천.광주.상해 연안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중국의 수도 북경보다 이들 지역이 경제.문화적으로 발전하였으며, 따라서 이곳의 향락 산업이 북경보다 더욱 발달하였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경에서도 시내 중심지인 왕부정이라는 지역의 호텔인 和平飯店과 ??飯店을 중심으로 B.P. 샤우제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을 고객으로 극소수가 활동하고 있어 당국의 주목을 끌 만큼 사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가라오케와 일반 중국인이 즐겨 찾는 오락 시설에도 삼배 현상에 따른 매춘 행위가 있어, 그 동안 적당히 눈감아 주던 당국으로서도 삼배를 단속하게 된 듯싶다.

 올 들어 신문과 뉴스에 많이 보도되는 ‘삼배 단속’이 중국에 사는 조선족과 한국인 들의 피부에 와 닿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94년 4월부터 신문에서 삼배 현상을 근절하기 위한 단속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첫번째 대상지가 우리 교포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였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이해하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능가선무(能歌善舞)이다. 우리는 우리의 긍정적인 민족성을 이야기할 때 이 말을 쓰는데, 오늘날 중국에서는 퇴폐.향락산업을 조장하고 즐기는 기질을 지닌 민족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쓰고 있다.

 중국인들은 왜 긍정적인 우리 민족성까지 왜곡하며 삼배 현상 단속 목표로 조선족을 택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족들이 향락 산업에 많이 진출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한국 기업이 연변 지역으로 활발히 진출하였고, 그들을 위한 유락 시

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때 당연히 한국어가 통하는 조선족들이 유락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 시기는 중국에 개혁.개방과 함께 자본주의의 오락 산업이 봇물 터지듯 들어온 시기이기도 하였기에, 한국인과 접촉이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인의 자본과 결합하여 재빨리 유락 산업으로 뛰어들 수가 있었다.

 한.중 수교와 더불어 북경으로 진출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자, 연변 지역에서 유락 산업으로 성공한 조선족들은 북경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현재 북경에는 가무청(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수 있으나 가라오케 기계가 없는 곳)과 가라오케(가라오케 기계를 갖추고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는 곳)를 비롯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수 있는 유락 시설이 9천여 개로 집계되고 있다. 청화 대학 교내에도 가무청이 있으며, 지명도가 높은 출판사인 인민문학출판사도 부업으로 가라오케를 경영한다.

“가라오케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
 9천여 곳에 이르는 유락 시설 중에서 정식으로 가라오케 기계를 갖추고 영업하는 업소는 약 5백개로 추산된다. 이 5백여 개 중에서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업소가 1백 30여곳에 이르며, 조선족과 한국인이 주인이다. 북경의 유락 산업에 뛰어든 조선족들에 관한 이같은 통계 수치는 조선족과 그들의 주고객인 한국인들이 삼배 근절을 위한 단속의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실례로 드러난 것이 6월20일 북경 텔레비전이 방영한 단속 활동의 현장 취재 장면이다. 단속에 걸린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동북 3성에서 온 조선족 아가씨들이었다.

 중국인들은 우리 민족의 능가선무를 비꼬아 말하였지만, 현재 중국인들이야말로 능가선무 민족이다. 청화 대학에는 정식 교양과목의 하나로 사교춤이 개설되어 있다. 초여름에서 초가을까지 밤에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내 공터를 가보면 깜빡이는 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어떠한 음악이 나오든 간에 사교춤을 추는 중국인들을 볼 수 있다. 북경 사범대학의 일본 유학생 미타니 린코(여.27)는 이렇게 말한다. “가라오케 기계를 발명한 나라는 일본이지만, 가라오케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여기까지는 건전한 놀이 문화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마땅한 오락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 사회의 현실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가라오케와 가무청을 즐겨 찾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못사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중국인들이 이러한 곳을 즐겨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중국 사회에서도 暴發富(졸부라는 뜻)들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직장 별로 적당한 명목을 만들어 영수증만 있으면 공금으로 이 자금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졸부들의 과소비와 공금 유용이 가라오케 같은 오락 문화를 급속하게 번성시키고 있으며, 삼배와 경합하여 색정 산업까지 번창케 하는 것이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북경에서 가라오케 다섯 군데 가운데 적어도 한 곳에서는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수치이다. 북경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가라오케를 좋아하는 것일까. 북경에는 다른 놀이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까닭에 사람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가라오케를 찾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1백 개가 훨씬 넘는 가라오케의 수입을 충족시켜줄 만큼 자주 찾는 것은 아니다.

 ㅎ그룹 주재원인 ㄱ씨(35)의 경우“거래처 사람을 만날 경우 가끔 가기는 하지만, 동료들과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한다. 중국에 있는 20대 초반~30대 중반 한국인 유학생들도 대부분 한국에서는 가라오케에 가보지 못했으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호기심으로 가라오케에 한번쯤 가게 되다. 그러나 4~5명이 갔을 경우 천위안(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에 이르는 계산서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이 많은 가라오케 업소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중국 여행이 자유화하면서 한국 여행객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들은 북경과 백두산이 있는 연길 지역을 꼭 거치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여행사에서 따라 나온 한국인과 조선족 안내원에 의해 가라오케를 찾게 마련이다. 안내원은 업소와 선이 닿아 있어 일정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므로,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한국의 가라오케가 있다‘고 부추겨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은 섹스 관광을 하려는 여행객들이 먼저 교섭해 오기도 한다고 ㅈ여행사의 한 조선족은 귀띔한다.
 
다른 놀이 문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혁.개방 조류를 타고 중국인들의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잡게 된 향락 산업을 중국 정부가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사회주의 정신 문화를 썩게 만드는 향락 산업을 보급하는 데 조선족과 한국인이 앞장서고 있다는 듯한 중국 언론의 보도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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