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집’을 배우는 학교
  • 경기 용인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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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크래프트 스쿨’에서 특별교육…손재주 있으면 누구나 참여

소나무를 건강에 이용한 우리 선조 들은 슬기로웠다. 송편을 솔잎으로 싸 오래 보관한 것이라든가, 노송밑 낮잠 30분을 장수법의 하나로 널리 애용한 것들이 모두 소나무를 이용한 건강법이다. 선조들에 뒤질세라 요즘에는 삼림욕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아예 통나무집에서 살기 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과 보은 효과가 뛰어난 꿈 같은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 이말은 경기도 용인군 구성면 상하리 야산 기슭에 있는 국내 최초의 통나무 학교 ‘핸드 크래프트 통나무 스쿨’에 가면 실감 할 수 있다. 일본 닛코 시에 잇는 ‘알렌 맥키 통나무 학교’일본 분교에서 교육 과정을 마치고 현지 통나무집 제조 회사에서 20여 채를 지은 김병천씨(38)는, 조교 6명과 함께 주말마다 20명 남짓한 수강생에게 원목을 자르로 켜고 다듬는 수공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6월부터 시작한 이 과정은 이미 초급반 50명을 길러냈으며, 8월 12~15일에는 중급반 15명에게 조그마한 집 정도는 직접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고급반은 중급반을 마치는 이원이 늘어나는 대로 7박8일 정도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통나무집 자체가 인테리어
 대부분의 수강생은 자기 집터에 직접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8월6~9일 3기초급반을 마친 안희상씨는 아예 가족과 함께 3박5일 피서를 겸해서 통나무와 씨름했다. 그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집터에 지름 20cm인 25년생 잣나무로 집을 지을 계획이다. 안씨는 “코스를 완전히 마치더라도 집짓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건축 지식이 있어야 현장 감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통나무 학교에 입교한 까닭을 설명했다.

 경주에서 온 정직상씨는 올 9월에 친구 2명과 함께 직접 통나무집을 짓겠다고 말한다. 정씨는 초급반을 끝내자마자 3일후에 시작한 중급반까지 마치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조립식 통나무 업계에서 일했던 하재일씨는 친구.대학 선배와 함께 앞으로 통나무집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미리 실습하는 경우다. “통나무집은 그 자체가 인테리어입니다. 앞으로 큰 수요가 뒤따를 것으로 판단해 배워두자는 마음으로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실습에 열중하는 하씨 옆에는 “통나무의 통자도 모른다”는 친구 김재영씨가 작업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이들은 늦어도 내년 봄께 하씨의 고향 충청북도 음성에 집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루 8시간 실습, 1시간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밤늦게 통나무 벤치에 모여 앉아 나름대로 쌓아온 ‘통나무 정보’를 나누며, 앞으로 집을 짓게 되면 서로 도울 것을 다짐한다. 이 학교의 노기환 실장은 “통나무집의 개념 및 장비소개, 장비 사용법을 배우는 초급반을 끝내면 벤치를, 중급반을 마치면 6평짜리 집을 스스로 지을 수 있도록 실습하고 있다. 그러나 통나무가 워낙 무겁고 다르기 어려워 4~5명이 함께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수강생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짓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목표이다”라고 말한다. 즉 수강생 1명이 집을 짓겠다고 협조를 구하면 다른 수강생들은 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실습을 겸해 같이 작업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병천씨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집을 스스로 짓는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으면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회원이 집을 짓는다면 학교에서도 현지 지도할 예정이다”라고 말한다. 김씨에 따르면, 손재주가 있으면 좋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과감한 성격만 있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강생의 대부분이 30대 초반인 것은 워낙 작업이 쉽지 않은 데 까닭이 있다.

 외국에서는 강습을 받은 후 공동 투자로 집을 짓고 이를 같이 즐기는 동호인 모임이 많다.

 집을 직접 지을 경우 회원이 갖춰야 할 장비는 전체 공정의 90%이상을 담당하는 휴대기계톱을 포함해 전기대패.꺾쇠 등 80만~90만원 어치면 된다. 목재는 침엽수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위아래 굵기가 비슷하고 곧아서 집을 짓기 쉬워서이다. 지름은 25~30m가 무난하다. 너무 굵으면 하중을 많이 받고 가늘면 잔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름 15cm 이하의 목재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국내산 목재는 나무가 너무 휘거나 가늘어 경제성이 떨어지므로 주로 수입산 원목을 사용한다.

 인천 송도나 연안부두에서 직접 나무를 사면 재료비는 평당 50만원 선에 가능하나, 6평짜리 집을 초보자 5~6명이 짓는다면 두 세달이 걸릴 정도로 보기와는 달리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일본에는 통나무집 학교가 29개나 있고 수공으로 직접 집을 지어주는 회사가 3백개나 넘는다.

 통나무집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하나는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화재시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질식에서 생긴다. 콘크리트 건물에서는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치명적이지만 통나무집은 탈 때 유해물질이 거의 없고 또 완전 연소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통나무집의 보험료가 가장 낮다고 한다.
경기 용인 .姜龍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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