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포함한 핵·군축 통합조정체제 갖춰야”
  • 변창섭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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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9년 미국 워싱턴대에서 ‘핵확산과 세계질서’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河英善교수는 학계에선 유일한 군축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교수로부터 정부의 핵정책과 군축정책. 나아가 해당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정부의 핵정책과 군축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한반도에서의 핵이나 군축문제는 3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남북한 차원의 군사적 문제이고 둘째는 국제정치적 문제, 셋째는 국내정치적 문제다. 겉으로 보기에 핵이나 무기를 줄이는 게 군사적 문제로 보일지 모르나 한국적 현실을 감안하면 군축이나 핵문제는 실은 고도의 정책판단이 요구되는 정치적 문제이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기보다는 군사전문가, 남북한문제 전문가, 국제정치전문가, 국내문제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안을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국방부의 군비통제실, 국방연구원의 군비통제연구센터, 청와대 직속 군비통제기획단 등 여러 기관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운영할 수는 없겠는가.
북한은 평화군축연구소가 있어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에서 핵이나 군축문제를 통합조정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군축협상은 군비통제국(ACDA)에서 하고 정책결정은 국무부에서 한다. 다만 군축문제나 핵문제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만큼 국방부가 군사기술차원의 협조는 할 수 있겠지만 주도할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처럼 국내에 군축전문가나 핵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문제 아닌가.
사실 과거에는 군축이란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고 특히 우리처럼 군비증강만 있어온 상황에서는 해당 전문가가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또 핵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핵전문가가 없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군사고위급회담에서 군축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국방부나 국방연구원이 중심이 되면 검증이나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같은 미시적인 문제는 볼 수 있으나 정치적 차원의 시작은 등한시할 수도 있다. 군축문제가 정치적 문제를 띠고 있는 만큼 민간 연구기관과 학계의 시각이 투영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정부와 민간 간에 군축연구에 대한 균형적 발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도 국방부 등 특정부처의 비밀주의나 정보독점주의가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세계는 지금 과거의 군사부문보다는 정치 및 경제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신국제질서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인 전문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안을 아무리 군에서 자유롭게 보아도 민간인의 보수적 시간이 더 자유로울 때가 많다. 안보적 차원의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나 이젠 국내에서도 민간전략가가 설 땅이 있어야 한다. 현재처럼 최소한의 정보공개조차 이뤄지지 않고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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