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판매 특산품] 추석선물로 제격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09.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 체신부 주문 2~3일내 배달… 농촌돕기 효과도

산지에서 배달된 그 지역 특산품을 받으면 가을바람에 실려 전해지는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된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농촌을 도우면서 평소 찾아보지 못한 친지에게 원산지에서 직접 우송되는 선물도 보낼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내고향 특산품 주문판매사업’을 이달부터 확장해서 실시한다. 이에 따라 참여 농협은 43개 조합에서 77개로, 취급 특산물 종류는 43개 품목 1백21개에서 70개 품목 2백79개로 대폭 늘어났다.

 

도· 농간 직거래로 신선한 농산물 싸게 공급

내고향 특산품 주문판매사업이란 소비자가 농협 창구에 비치된 팜플렛을 보고 원하는 상품을 고른 뒤 보내는 이와 받는 이를 적은 용지와 대금을 지불하면 우편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제도이다. 농협이 구입신청 내용을 전국적으로 연결된 온라인 전산망을 통해 산지 농협으로 통보하면, 산지 농협에서는 특산품을 지정한 장소까지 우편으로 배달해준다. 신청에서 배달까지 평균 2~3일, 추석 등 명절때에는 3~4일이 걸린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유통부 韓光熙대리는 “중간유통마진이 없어 값이 싸고 신선한 산지 상품이 공급된다”고 자랑하면서 추석을 겨냥하여 팜플렛 1백만부를 대도시 소재 농협에 비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문의 02-737-0011 교환 3851).

농촌을 돕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에게 돌아올 이익은 무엇일까. 농협 홍보실 吳弘明과장은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은 모두 ‘질좋은 우수농산물’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산지 농협에서는 농어민으로부터 1차적으로 원료를 제공받아 가공공장이나 부업단지의 일손을 동원하여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품의 겉포장지에는 산지 농협의 전화번호를 기재하는데 이것이 ‘품질보장의 증거’ 아니겠습니까.”

오과장은 또 우편특산품 제도는 현재 전통 특산물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국의 1천4백60개 농협이 저마다 특산물을 갖도록 ‘1농협 1특산품 개발운동’을 펼치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전통적인 특산품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특산품을 개발하여 농가의 부업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그는 국내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키위(양다래)를 재배하여 전남 해남의 특산물로 만든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든다.

그러나 농협에 앞서 86년 우편판매를 통한 도· 농 직거래제도를 시작했던 체신부 구내우편과 李奎洪씨(36)씨는 농협의 새로운 특산품 개발계획에 회의적 견해를 갖고 있다. 체신부로부터 위탁받아 이 제도를 관리하는 ‘체성회’에서는 현재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산지를 직접 방문, 참여단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8가지 품목 1백99가지 종류로 확대해왔지만 그동안의 실적을 살펴볼 때 전통적인 특산품에 대한 지명도가 곧 판매욕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체신부가 우편제도 활용을 목적으로 특산품 주문판매를 시작한 반면 농협은 농산물판매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들 도농간의 직거래 판매품들은 가격면에서 농협의 것과 체신부의 것이 엇비슷하다. 다만 농협의 경우 취급특산품의 90% 이상이 농수산물인 데 비해, 체신부는 농수산품 1백42, 공산품 21, 전매품 13, 수공예품 23품목 등 다양하다.

 

백화점들도 특산품 판매경쟁 치열

농협과 체신부의 주문판매는 백화점의 추석선물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6개월 전부터 추석선물을 위한 물량확보에 나선 백화점들은 추석이 임박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 요원까지 고용하는 등 치열한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3만원 상당의 구매자에게는 추첨권을 주어 김장 양념용 고추와 마늘을 사은품으로 주거나(롯데백화점), 선물관련 포장지 및 리본 등 각종 장식품을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 제사상 차리기 무료강좌로 손님을 끄는 곳도 있다(현대백화점).

특히 미도파백화점에서는 어민소득 증대를 위한 국가특정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해양연구소가 추진하여 국내최초로 양식개발에 성공한 은연어를 전량 확보, ‘훈제 은연어 통신판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선물세트는 갈비와 청과물 건어물 등. 어느 백화점이나 대동소이한 이 선물세트들은 우편판매에 비해 소비자가 현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잣· 대추· 호도 등 서너가지를 섞어 ‘종합선물세트’를 만든다든지 포장을 화려하게 해 보내는 이의 ‘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도 준다.

그러나 가격면에서는 농협· 체신부 취급상품과 비슷한 산지 상품들을 대부분 10~20% 비싸게 받고 있다. 건과류는 값이 2배 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오홍명과장은 ‘농업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한다.

“지난달이었습니다. 여름배추가 품귀현상을 보여 2천5백대의 차량으로 배추를 산지에서 직접 날라다 시중보다 30~40% 싼 가격으로 압구정동 ㅎ아파트단지에 풀어놓았지요. 이런 배추는 싱싱하긴 해도 흙이 묻어 깨끗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주부들이 더러워서 못사겠다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우편주문 제도가 이용하기에 불편하다고 말한다. 직장일 때문에 물건을 사러 다닐 시간이 거의 없다는 李成恩씨(36 · 서울 영등포구 대교아파트)는 “집으로 안내장이나 지로용지가 배달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각 백화점에서는 명절때가 되면 광고전단 및 각정 팜플렛을 집으로 배달하고 있는데 농협의 ‘내고향 특산품’에 관한 홍보는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농협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일이 번거로우므로 이 제도를 좀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강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