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인민배우 출연시키겠다”
  • 이성남 문화부 차장대우 ()
  • 승인 199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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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작영화 <남남북녀> 추진하는 李長鎬 감독

 영화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UIP 직배영화 <사랑과 영혼>의 상영을 계기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내 영화인들의 투쟁이 또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영화 수입’ ‘남북합작영화 제작’ 등 남북한간 영화를 교류하자는 욕구가 계속 분출되고 있다. 최근 북한 여배우 출연을 전제로 한 영화 <남남북녀>의 시나리오를 완성해 남북합작영화를 추진중인 李長鎬 감독을 만나보았다.

● <남남북녀>의 작업진행 상황은.

 90년 11월말 통일원에 북한주민접촉 승인을 신청했다. 북한측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재미교포 심재호씨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 당국은 남북문화교류에 대한 기본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남북합작영화를 제작하려는 것은 “현행 영화법을 추월한 성급한 몸짓”이라고 밝혔다. 이감독은 북한 여배우의 출연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능성은 절반이다. 북한 여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면 제작할 필요가 없다.

● <남남북녀>는 어떤 내용인가.

 오스트리아의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는 한국 남자 유학생과 북한 여자 피아니스트의 만남을 다룬 이야기이다. 두사람은 미묘한 ‘정치색’을 극복, 사랑하지만 헤어진다.

● 불행한 결말을 설정한 이유는.

 남북한이 다 용인하는 내용이어야만 합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정부가 서로 자기 쪽으로 망명시키려고 압력과 제재를 가하는 바람에 두사람은 헤어진다. 그러나 새 생명을 잉태시킴으로써 미래의 통일을 암시했다.

● 북한영화 상영에 대한 이감독의 견해는.

 당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상업적 자극을 요구하는 남한 관객은 선동성이 강한 북한영화를 웃음거리로 삼을지도 모른다. 국민학교 학예회에서 발표하는 무용이 북한영화라면 남한영화는 제멋대로 추는 디스코라고 할 수 있다.

● UIP직배영화 상영을 저지하려는 영화인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의 영화감독 모임’ 회장의 입장에서 저지투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가.

 영화인의 투쟁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 20세기 폭스사의 간접직배 방식을 양성화하여 UIP영화의 직접배급 방식을 간접직배 방식으로 전환해 줄 것을 미국 영화수출입협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 영화사에 수출의 길을 터주면서 한국 영화업자들이 국내 배급망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타협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 직배저지투쟁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즉 “관객은 좋은 영화를 선택, 관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소리도 높다.

 한국 정치가가 무능하다고 미국 정치가를 데려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영화가 전세계전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평론가는 “미국영화는 소비자 입맛에 맞춘 캔이다”라고 주장, 자국 영화의 존재적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평론가들은 자국 영화의 형식을 미국영화의 자로 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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