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사찰 거부 가능성”
  • 편집국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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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헤이즈 기고 독점게재 / 北 핵통제위 최우진 대표 화견


 

 호주의 저명한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 박사(미국 켈리포니아 소재 노틸러스 퍼시픽 연구소 대표)가 11월7일부터 1주일간 북한을 방문했다. 헤이즈 박사는 11월13일 핵통제공동위원회 북측 대표 최우진과 회견을 갖고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들었다. 회견의 주요 내용을《시사저널》이 독점게재한다. <편집자>

 해통제공동위원회 북측 위원장인 최우진은 11월13일 필자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내년 초 팀 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면 핵안전협정에 다른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위원장은 지난 10월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 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양국이 내년에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들어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핵위협과 핵전쟁 연습에 직면한 상황에서 핵사찰을 받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북한이 87년 국제원자력 기구의 안전협정 이행을 거부한 이유는 남한 내 핵무기와 팀 스피리트 훈련이 북한을 끊임없이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조인하고 비준한 까닭은 91년 말과 92년 초에 주한미군의 핵무기가 철거되고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음을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남북한 사이에는 비핵공동선언에서 비롯된 많은 절차적 문제와 실질문제를 놓고 이견이 많다. 최대 걸림돌은 사찰대상을 정하는 문제다. 지난 3월19일 첫 회담 이후 북한은 핵사찰 대상을 핵시설 핵물질 핵기지 핵무기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위원장은 북한이 핵기지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군사기지는 사찰대상에 포함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한측은 처음부터 핵시설 · 핵물질과 함께 양측 군사시설에 대한 상호사찰을 주장했다. 나중에는 군사시설도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군기지를 사찰하는 문제는 군사공동위원회에서 거론하자며 “군사공동위에서 군축논의에 이르면 거기서 군기지 문제를 다룰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은 남북한이 24시간 안에 거부권없이 군기지 56개 사찰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56개 기지만을 사찰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한국 내 핵무기 기지가 56개이기 때문이라고 짐작하지만 정확한 근거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몇 개의 국기지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협상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다. 대신에 그는 매년 “한번 또는 그 이상”사찰하자고 제안했으며, 구체적인 사찰대상과 횟수는 핵관련 정보교환을 토대로 협상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선언 제4조에 따라 모든 사찰은 남북한의 합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은 충분한 예고없이, 그리고 한국의 동의없이 한국 내 기지에 대한 사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호사찰과 관련해 그는 북한 입장의 핵심을 이루는 두가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와 핵기지 , 그리고 핵시설과 핵물질의 규모면에서 한국과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에 대한 사찰은 한 국가 안에서의 사찰이기 때문에 두 국가 사이의 사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이 사찰목록에 나와 있지 않은곳(지하터널을 포함)을 세 군데나 방문했는데, 이들은 단순한 사찰관이 아닌 국제원자력기구의 관리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며 북한은 ‘협조’ 차원에서 이같은 방문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라크에 대해서는 예외지만, 모든 국가에 대해 특별사찰을 실시할 권한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에 특별사찰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사찰과는 별도로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시설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시설을 세 번이나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국제원자력기구가 위엄있게 임무를 완수하고자 한다면 어느 일방이 특별사찰을 선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가 그런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 핵무기 존재 여부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확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것이 바로 한국 내 핵부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선언과 모순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 견해로는 한 · 미 양국이 팀 스피리트훈련을 강행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거부함으로써 국제적인 핵확산금지 노력에 손상이 가해진다면, 팀 스피리트 훈련으로 얻을 군사안보적 이익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요체는 얼마나 평양의 팔을 비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협정에 나와 있지 않은 장소에서 북한이 핵확산 활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는 남북한 상호사찰보다 는 국제사찰을 요구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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