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금도 쫓겨다니고 있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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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동주씨 인터뷰 /“러시아 한인은 세계에서 가장 슬픈 종족”



 시집 <순례자>, 장편소설 <백정> <단야>등을 펴낸 정동주씨는 <까레이스끼…>를 민족적인 의무감에서 펴냈다. <시베리아>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려고 92년 러시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는 러시아 한인들의 삶과 역사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는 ‘우리의 참회가 뜨거울수록 러시아 한인들의 고난은 가벼워질 수 있다’고 책머리에 써놓았다.

광복 50주년과 러시아 한인사의 복원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나는 이번 책에다 1860년대 연해주 사진을 실었다. 당시 국내에는 사진이란 것이 없었다. 그만큼 러시아 한인들이 빨리 개방되었다. 또한 연해주 신한촌에는 상해보다 앞선 임시정부가 있었다. 연해주 한인사 복원은 독립운동사 전체의 복원과 관련이 깊다. 광복 50주년은 러시아 한인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저술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은 무엇인가?
 한인 이주 시기를 필두로 19세기 후반의 풍속 사진들, 1930~40년대에 이르는 김일성 행적, 홍범도 일기의 진위 여부, 김좌진과 청산리 전투 문제, 최초의 한인 여성 빨치산 김 알렉산드라 전기, 그리고 러시아 한인들이 쓴 자서전 등이다. 러시아 한인사에 대한 최초의 총체적 조명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김일성 행적에 관한 새로운 사실은 무엇인가?
 35년 12월 김일성부대 호위대에 들어가 김일성과 함께 보천보 전투에 참가했던 최진석씨의 증언과, 45년부터 58년까지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장을 지낸 남봉식씨의 수기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한 예를 들면, 김일성은 45년 9월19일에 원산항으로 들어왔으므로, 8·15 당시에는 평양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해 열린 10월혁명 25주년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흰 두루마기를 입은 조만식이 참석했다고 한다.

러시아 한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슬픈 종족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연변 조선족은 자치주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한인은 러시아의 수많은 소수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자치주가 없다. 그들은 목숨을 바쳐 일군 땅에서 다시 버림받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쫓겨다니고 있다.

러시아 한인들을 위해 ‘조국’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러시아 한인사가 우리들의 부끄러운 증거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러시아 한인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관용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 다음에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한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들은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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