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도 쓰레기로 골머리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7.07.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떠돌이 금속 파편 늘어나 위성 · 로켓 등에 피해


 

86년 프랑스제 아리안 로켓이 지구 궤도에서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상업 위성이 4백65조각의 우주 티끌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최근까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점이 있다면, 이렇게 형성된 티끌들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구 궤도는 이미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버려진 다단계 분리 로켓, 수많은 떠돌이 파편으로 인해 쓰레기장이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다.

우주 쓰레기 가운데에는 궤도에서 폭발한 위성처럼 주주의 때문에 생긴 경우도 있지만, 고의적으로 버린 것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우주인들이 우주선에서 쓰다가 내버린 렌즈 투껑이나 포장 재료들이 있는가 하면,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인공위성에 대항할 무기를 실험하느라 가상 우주선을 쏘아 올린 후 파괴하면서 생겨난 파편들도 있다.

지난 6월25일 벌어진 우주에서의 '교통사고'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새삼 상기시켜 주었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와 부딪친 것은 무인 화물선이었지만, 그것이 우주 쓰레기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우주 쓰레기가 새로 띄워 올릴 우주 정거장에 해를 입혀 심각한 비상 사태를 야기할  확률이 약 2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앞으로 10년 동안 우주정거장을 5대 건설한다고 할 때 그 중 1대는 우주 쓰레기 때문에 파괴될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 나쁜 소식도 있다. 지구 궤도에 버려진 쓰레기가 제멋대로 충돌하면서 쓰레기더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를 떠도는 이 금속 조각들은 우주를 떠돌다가 더 큰 물체와 부딪쳐 이를 다시 산산조각 내는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몇 년간 정확한 이유 없이 실종된 인공위성들이 이 우주 쓰레기더미에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통신 위성과 기상 위성들 역시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가장 큰 위험은 덩지가 큰 우주 정거장이다.

너무 많은면 우주 탐사 가로막을 수도
물론 우주는 광활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보다는 환경 파괴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대형사고가 수십년 동안 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금속 조각이 지구 궤도에 너무 많아져 위성의 자유로운 운행이 힘들게 되면, 인류의 우주 탐사 활동은 크게 위축되거나 아니면 아예 종언을 고하게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통신과 방송을 위한 상업용 위성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민간 분야에서 생길수도 있다. 전체 상업용 위성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아리안사의 추정에 따르면, 앞으로 8년간은 과거 8년에 비해 25~50% 증가한 2백여개의 상업 위성이 발사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미국 록히드 마틴이 아틀라스를 맥도널더글러스가 텔타를 쏘아 올릴 것이고, 러시아와 중국도 비슷한 수의 상업용 위성을 같은 시기에 쏘아 올릴 예정이다.

세께 가국의 우주 연구기관들은 94년부터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주선의 방호벽을 강화해 우주선 파괴나 우주인 사망을 막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주선의 설계를 변경할 경우 우주선 무게가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을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신 우주선 설계자와 발사·작동자들에게 파편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을 상세히 기술한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현재 기상·군사 위성을 포함한 각종 위성 구매국들에게도 이같은 지침서를 배포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우주 쓰레기 문제를 지구 환경 문제처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멀지 않아 이 문제가 지구상의 쓰레기 문제처럼 인류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