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JP권력 분점은 당연”
  • 이숙이 기자 ()
  • 승인 199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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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龍煥 자민련 부총재

19332년 충남보령.공주고 · 서울 법대 졸업. 고시 행정과7기.재무부 장관. 13·14·15대 국회의원.

많은 국민들이 성사되지 않으리라고 내다보았던 DJP단일화가 결실을 맺었다. 한국 정치상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써 단일 후보 DJ가 집권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DJP단일화는 성사되자마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상대 후보 진영은 물론 학계 · 법조계 · 시민단체 일각에서 ‘권력 나누어 먹기’라며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후보 단일화 협상을 공식으로 마무리지은 다음날인 11월1일, 협상의 주역이었던 자민련 김용환부총재를 만나 단일화에 얽힌 애기를 들ㄹ었다. 이날은 마침DJ와 김부총재간 목동 밀담이 있은 지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늘이 마침 ‘목동 밀담’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년 공사를 마무리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보람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김종필총재는 올 대선에서 두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나라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벟은 집권 여당에 더 이상 정권을 맡길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철학인 내각제를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민련의 힘만으로는 ‘정권 교체’ 와 ‘내각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국민회의와 연대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DJP를 성사해 김총재와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측면에서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김종필 총재로 단일화를 이뤄내지는 못한 점에서는 말할 수 없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 목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애기가 진행됐었습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김대중 총재는 단독 집권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쪽 판단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DJ 단독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DJ와JP가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마지막으로 나라에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손을 잡으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려면 내각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고요. 그랬더니 김대중 총재가 선뜻 내각제를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단일화를 이루어내기까지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만 두고 싶었던 때도 있습니까?
언제가 고비이고 언제가 순탄했다고 딱히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그간의 과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고비의 연속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JP가 후보를 양보할 결심을 했구나하고 감지했을 때는 차라리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고 단독으로 대선을 치르자고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양당 대표가 워낙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김종필 총재가 언제 최종적으로 후보 양보를 결심하셨습니까?
지난 10월26일 고 박정희 대통령 18주기 추도식 때 JP의 추모사를 듣고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한광옥 부총재를 만나 단일화 합의문에 가서명하고, 다음날 저녁9시에 김대중 총재가 김종필 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김종필 총재가 협상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일 때는 못마땅하지 않으셨습니까? 협상 속도를 놓고 김총재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비치기도 했는데요.
김총재의 행보를 놓고 여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김총재는 신한국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내각제는 반드시 김총재가 현역에 있을 때 실현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뭘까 고민하는 것이 잘못 비친 것입니다.

DJP단일화의 역풍이 거셉니다. 권력 나눠 먹기라는 비난에다 위법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립 정부에서는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그리고 집권하면 국무총리를 JP로 한다는 조항이 후보자의 매수 · 유도죄에 해당한 다는데, JP는 국무총기가 되고 싶어서 후보를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JP는 이미 20년 전에 총리를 5년이나 했어요. 총리나 장관 몇 자리 얻겠다며 후보를 내놓은 것으로 안다면 오산입니다.

합의문에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국무총리를 해임할 수 없다’는 항목을 넣었다가 위헌 소지가 있어 뺐다는데, 맞습니까?
그동안 대통령제에서 보장돼 있는 국무총리의 권한이 워낙 축소 운영 돼온 터라, 기존ㄴ 헌법 질서 안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확실히 하자는 차원에서 합의문에 넣자고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마 이것까지 넣으면 국민들이 ‘서로 정말 못미더워하는구나’ 라고 생각할까 봐 막판에 빼기로 한 겁니다. 게다가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협조를 약속했는데, 이면 합의는 무슨 이면 합의입니까? 분명하게 말하지만 한 분은 대통령, 한분은 국무총리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지 결코 상하 관계는 아닙니다.

당세나 김종필 총재 지지율에 비추어 자민련이 너무 많이 얻은 것 아닌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후보를 양보했기 때문에 90%를 내줬다고 봅니다.

단일 후보DJ가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확신합니다. 시대 상황과 국민 의식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권력을 종적· 횡적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고,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을 수용할 정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체성은 다르지만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양당의 연대에 국민들이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총재의 고령과 사상 문제 등이 또다시 불거져 나올가능성이 높은데요.
(여당이)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습니까. 하지만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북풍이야 선서 때만 되면 나왔던 터라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고, 건강 문제는 (김대중 총재가) 매일 텔레비전에 나오고 저 같은 사람보다 훨씬 일정이 빡빡하던데, 그걸로 증명되는 것 아닌가요?

JP가 박태준 의원에게 총재 직을 제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이 한 차원 더 성장하고 , 단일 후보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 길이 옳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총재는 큰 뜻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과감하게 뒷전으로 물러설 줄 아는 그런 분입니다.

당내에 자민련이 이제 TK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애기가 나오지만, JP가 당을 아주 떠난 것도 아니고 ,JP가 이런 선택을 한 것도 다 당 전체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모든 당원이 이해해 주리라고 봅니다.

박태준 의원의 입당에도 불구하고 TK의원들이 DJP연대에서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마 해당 지역구의 정서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힘을 모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혹시 박의원이 입당해 김부총재는 포스트 JP자리에서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제가요?(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이런 일에 참여 하지 않습니다. 원래 욕심이 있는 사람은 그 일에 참여를 안하는 겁니다. 그건 정말 제 인생관을 잘못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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