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ㆍ김아라 평면적 무대 거부 실험, 또 실험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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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김문환 김미도 서연호 이영미 한상철 우리 연극계는 지금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다. 거개가 30대인 신세대의 선두에 연출가 김아라씨(37)가 나서 있다. 중앙대와 뉴욕시립대에서 연극공부를 마친 김씨는 지난 86년〈장미문신〉으로 데뷔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88년〈신더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91년〈사로잡힌 영혼〉과〈동지섣달 꽃 본 듯이〉로‘사랑의 연극잔치??최우수작품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백상예술대상 대상 및 연출상을 받는 등 멈출 줄 모르는 활약상을 보였다.

 김아라씨의 무대언어는 실험정신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시각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새로운 입장에서 원작을 해석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무대를 꾸민다. 그의 실험들은 자기 세계의 천착인 동시에 매너리즘에 빠진 연극계에 가하는 질타이다. 지난해 그가 극단‘舞天??을 창단한 것도 이 같은 실험정신을 마음껏 펼쳐보기 위해서다.

 “무대에 리듬과 색깔 부여하는 게 연출??무천은 첫 작품으로〈숨은 물〉(정복근 작)을 내놓았다. 〈숨은 물〉은 숱한 외침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이 땅과 백성을 삼키려는 세력들과, 그 패거리에 빌붙어 영화를 누리려는 배반의 무리에 맞서??우리의 피와 씨??를 지켜온??지킴이??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무대이다. 김씨는 신구 최재영 유영환과 같은 중견 배우의 연기력을 전래동요와 북소리, 탈, 전통무예인 수벽치기 등과 접목시킴으로써 지킴이의 역사성과 그 현재적 의미를 탁월하게 표출해냈다. 이 작품으로 김씨는 지난해 제1회 아시아 여성연극회의 초청 일본 순회공연 (10월30일∼11월10일 도쿄ㆍ교토ㆍ고베)에서 격찬을 받았다.

 김씨는‘모습??과??소리??의 역동적 조화를 고집한다. ??무대장치와 연기만으로 꾸려지는 연극은 너무 평면적이다. 관객은 이 같은 2차원적인 연극에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김씨에 다르면 무대를 둘러싼 모든 것, 즉 공기 침묵 어둠 빛 따위도 모두 연극의 요소이다. 이 요소를 엮어 무대에 리듬과 색깔을 부여하는 것이 연출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숨은 물〉의 장면들은 연기와 소리, 어둠과 빛, 섬세한 색깔 변환, 춤과 노래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대사와 지문도 음정과 가락을 담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음악극이다. 이야기의 거미줄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좀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연기자와 관객이 같이 느끼고 사유할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나의 연극이다??라고 김씨는 밝힌다.

 표현기법에 있어, 그리고 그 표현 속에 담아낸 의식에 있어〈숨은 물〉은 이제까지 김씨가 애써온 여러 시도들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예술적 고뇌를 그린〈사로잡힌 영혼〉과 오백 나한을 다룬〈동지섣달 꽃 본 듯이〉등, 그가 최근 보여준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은〈숨은 물〉에 와서“완성에 가까운 형상화??를 이뤘다는 평을 듣는다.

 이 같은 실험의 성과들을 딛고 김씨는 다시 새로운 실험의 길을 찾아 나선다. 그는“여러 이미지를 무대 위에 동시에 던져둔 다음 느낌과 감각의 문을 활짝 여는 작업을 펼쳐볼 생각??이다. 대사 지문 연기 등 설명적 요소를 극소화하고, 응축된 상징적 표현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빛 색 소리의 비중을 높여 공간을 더욱 해방시켜가는 작업을 그는 궁리하고 있다. 그때 객석에서는??느끼는 언어, 피부와 가슴에 와 닿는 연극??과 만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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