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은 YS 면죄부인가
  • 이교관 기자 ()
  • 승인 1998.04.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환 위기 감사 결과, ‘김영삼 책임’축소의혹

정부 각 부처의 업무를 감사하는 감사원이 거꾸로 감사를 받아야 할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승현 감사원장 서리가 3월21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한 외환 위기 관련 특감 중간 결과에 사실과 다른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외환 위기와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질의한 뒤 받은 답변서를  <시사저널>이 독점 입수해 강경식 전 경제 부총리와 김인호 전 경제수석에 대한 감사 결과와 비교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사실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강부총리와 김수석으로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의 불가피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시점에 관한 것이다. 한승헌원장 서리는 감사원의 특감 중간 결과를 인용요해 김 전대통령이 처음 보고 받은 시점은 지난해 11월14일이며, 그것도 ‘구제 금융을 신청하면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정도의 보고여서, 구제 금융 신청에 따른 재정 · 금융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감내용, YS증언과 틀린 부분 많아
 그러나 김 전대통령의 답변서에 따르면, 11월14일은 김인호 수석이 배석한 회의에서 강경식 부총리와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겠다고 해 그가 이를 최종 재가한 날이다. 이는 강부총리와 김수석이 그 전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필요성을 YS에게 보고하고 신청 방법을 검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YS는 11월10일 강부총리와 김수석으로부터 구제금융요청 검토가 포함된‘금융 · 외환 안정 종합 대책’을 보고 받았다고 증언했다.

 YS가 11월10일에 내린 지시 내용도 특감 중간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YS는 이날 강부총리와 김수석의 보고를 듣고 나서 ‘앞으로 종합 대책을 충실히 마련해 금융 · 외환 위기를 대처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과, IMF문제를 적극적인 자세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지시는 YS가 두사람으로부터 구제 금융 신청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YS의 증언을 무시했다.

 그러면 감사원은 왜 이처럼 사실과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았을까. 전문가들은, 감사결과가 YS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전 YS에게 ‘퇴임 후 평안하게 사시기를 바란다’고 말한 대로, 감사원은 외환 위기의 책임을 강부총리와 김수석에게만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YS의 증언과 달리 그가 구제금융 신청 필요성에 대한 첫 보고를 11월14일에야 받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외환위기가 감사대상이 될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11월3일부터 단기 외채의 만기가 전면 재연장되지 않은 상태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왜곡된 경제 구조에서 말미암았고, 직접적으로는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도 인정했듯이 당시에는 아무도 이 같은 사태를 예측할 수 없었다. 물론 언제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느냐 하는 점은 감사할 대상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강경식 경제팀이 다른 수습방안들을 점검해 본 후 IMF행을 최종 결정해 대응이 늦었다는 인상을 준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 전 부총리와 김 전 수석의 답변서를 보면 이들은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나름으로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이들의 답변서대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했다가는 이들이 외환위기의 주범이라고 믿는 국민의 정서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즉 김대중 정부는 구조고정에 따른 대량실업과 물가고로 국민정서가 악화한 상황에서, 강씨와 김씨에게 외환위기의 책임을 물어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강씨와 김씨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듯한, 또 다른 감사 결과가 있다. 한국은행이 10월27일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제기했는데도 이들이 YS에게 보고하지 안항ㅅ다는 대목이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지난해 10월28일 부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YS의 답변서에 따르면, 강부총리는 이 의견을 ‘금융시장 동향 및 안정대책’에 반영해 10월29일 YS에게 보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건의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감사결과는 사실과 다르다.

 심지어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감사결과도 있다. ‘한국은행이 11월6일 IMF자금조달 등 비상 대책을 청와대와 재경원에 거듭 건의 했으나 김영삼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은행 공보실이 지난 1월26일 공식발표한 보도 자료를 통해 ‘당행이 외환 위기의 촉발 가능성을 본격 거론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촉구한 시점은 지나10월말 이후부터이다. 그리고 IMF긴급 자금을 요청할 시급성을 청와대와 재경원에 건의한 시점은 11월7일이다’라고 밝힌 데서 확인된다.

강경식 · 김인호는 청문호 철회 위한 희생양?
 이 감사결과는 11월7일을 11월6일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내용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구제금융 요청이 필요하다는 한은의 주장은 11월7일 김수석이 주재하고 윤증현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이 참여한 회의에서 최연종 한은부총재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김수석은, 11월8일 YS에게 IMF긴급자금 지원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사실은 YS · 강경식 · 김인호의 답변서에서 공통적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건의가 YS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감사원의 특감 중간 결과에서 사실과 다른 또 다른 대목은 ‘강부총리와 김수석이 11월14일 YS에게 구제금융신청에 대한 재가를 요청하면서 그에 따른 재정 · 금융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부분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결과를 지난 3월 특감과정에서 YS에게 구제금융신청이 갖는 의미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으로 보고받았고 어떻게 인식하여 재가하였느냐고 질문한 뒤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YS는 강부총리와 김수석으로부터 구제금융신청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YS의 답변서에는 ‘11월14일 경제부총리가 IMF 자금지원요청에 따르는 문제점을 보고하면서,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음’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강씨가 재정 · 금융상의 문제점에 대한 보고는 자세히 하지 않고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정도의 보고만 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YS의 증언을 무시했다.

 특감중간 결과에서 납득하기 힘든 또 다른 내용은 ‘강부총리는 11월12일 YS에게 금융시장안정 대책만 보고해을 뿐 외환 시장의 긴박성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강부총리는 11월12일 YS에게 어떠한 보고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가 한승헌 감사원장서리가 발표한 특감 중간결과를 하나씩 지적하면서 사실이냐고 묻자, 감사원 공보관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인 것으로 알면 된다고 대답했다.

 감사원은 4월 초 특감 최종결과를 발표한 뒤 강경식 전 부총리와 김인호 전 수석을 직무유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감사원에 파견된 몇몇 변호사들은, 두 사람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규정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는 경제 청문회를 철회하는 대신, 감사결과를 근거로 이 두 사람을 사법 처리함으로써 ‘IMF사태’와 관련한 국민감정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李敎觀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