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품 개발 전문가인 서울은행 이병남 고객지원부 차장(50)은 3월한달 내내 끙끙거리며 주판알을 튕겼다. 지금까지의 상품과는 다른 물건을 개발했기 때문. 4월1일부터 이차장이 은행 창구에 선보인 상품은‘실업기금 마련 정기예금’. 실직자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착안하게 된 상품이다.
1년짜리 이 상품에 가입하면 예금자는 연 18%금리를 챙기지만, 은행은 18.5%를 부담해야한다. 은행이 원금의 0.5%를 실업기금으로 조성해 노동부나 관련단체에 기탁하기 때문이다. 이차장이 고심을 거듭했던 것도 0.5%를 마련할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어서였다. 과연 마련할 수 있을까 저울질하던 끝에 그는 이 돈을 수익률이 높은 채권 등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고 계산했다.
시대감각에 맞고 정보가 빨라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25년 경력의 이차장은 지난해 11월‘슈퍼 실세 예금’을 개발한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당시 서울은행에는 예금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일어났는데, 그가 이를 단번에 만회한 효자상품을 개발했던 것.
이차장은 실업예금 판매 목표(5천억원)을 이루면 25억원을 실업기금으로 내놓을 수 있다며, 수익도 올리고 좋은일도 하는 이
상품에 많이 가입해 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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