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대륙’ 베트남
  • 호치민·배양수 통신원 ()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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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봉쇄 해제 기대 속 강대국 ‘경제 힘겨루기’ 팽팽


옛 소련의 캄란만 철수와 미국의 수빅만 철수로 ‘힘의 공백??상태에 놓인 인도차이나 반도가 새로운 세력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개방한 지 6년째 되는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기 위해 새롭게 맞서는 ??힘??은 무력이 아닌 경제력이다.

베트남이 신세력 각축장으로 세계의 관심을 새삼 끌게 된 것은 지난 2월9일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공식방문하면서부터이다. “나는 여기에 역사의 한 장을 닫고,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서 왔다??고 밝힌 그의 만찬사는 그동안 경제봉쇄 정책을 취해온 미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투자국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프랑스는 1985년 선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다낭에 군대를 상륙시킨 뒤, 1954년 디엔 비엔 푸 전투에서 패하고 물러날 때까지 1백여년간 베트남을 식민통치했었다.

베트남이 개방한 이후 갖가지 경제지원을 해온 미테랑 대통령은 이 방문을 통해 미국의 경제봉쇄와 캄보디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과, 베트남과 유럽공통체(EC)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도 힘껏 돕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베트남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는 대만과 홍콩이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호텔 같은 서비스업에 주로 투자해 왔는데, 하이퐁 부근에 건설할 예정인 시멘트공장은 2억4천만달러 규모로 지금까지 베트남이 투자를 허가한 산업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베트남은 ‘수출加工區??공사 대부분을 대만 및 홍콩과 합작해 건설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 베트남과 경제협력 합의

지난해 12월 뉴욕에 미·베트남 상공회의소 사무소를 개설한 미국의 기업들은 베트남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치고 경제봉쇄가 해제될 날만 기다리고 있으며, 베트남인은 미국의 경제봉쇄가 해제되는 순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베트남 부동산 가격은 3~4배 뛰었으며, 적자투성이 국영 기업이 부동산 차익으로 그동안의 손실을 보충하고 이익까지 낸 사례도 흔하다.

미국은 베트남의 개방 이후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베트남과 접촉해 왔다. 지난 2월4일에는 미국의 유람선 로열 바이킹호가 관광객 5백14명을 태우고 사이공항에 도착했는데, 이중 90%가 미국인이었던 점을 보면 미국에 일고 있는 베트남 관광 붐을 짐작케 한다. 미국은 베트남에 경제봉쇄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봉따우 남방 다이홍(빅 베어) 유전개발에 참여하는 등 간접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가 실시한 입찰결과 호주와 말레이시아의 컨소시엄이 유전개발을 맡게 되었는데, 그 컨소시엄의 지분중 상당수는 미국계 회사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베트남 언론은 미국이 일본과 합작으로 베트남 영해에서 석유탐사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인 빅 베어 유전 개발 입찰에서 탈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투자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신흥개발국가 중 하나이다. 2월2일 한·월경제협의회(회장 김상하) 주관으로 한국 기업인 40여명이 하노이를 방문해 제1차 양국 경제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자본·기술·경영능력과 베트남의 노동력·자원을 결합하여 상호보완적 경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한·월경제협의회 대표들은 보반 키엣 수상을 만나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무역·항공·해운 협정 등이 조속히 체결되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한인학교를 설립하는 일에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2월3일에는 제일은행과 베트남 무역은행의 합작 은행인 퍼스트비나은행이 문을 열었다.

한·월경제협의회 대표들이 하노이 방문을 마치고 호치민에 도착하던 날 하노이에는, 70개사 1백2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일본 경제사절단이 도착했다. 중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은 그동안 베트남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일본이 주춤거린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경제봉쇄였다. 일본은 드러내 놓고 이렇다할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베트남과의 무역규모 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하노이 주재 일본대사 히로유키 요시다씨는 《국제문제》라는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베트남?미국 간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면 국제 금융기관의 원조가 구체화할 것이며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작년 11월6일 일본 정부는 베트남이 상품 구매대금을 지불케 하기 위해 4백55억엔의 차관을 제공했다.

베트남은 경제전쟁 시대에 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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