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가나 “구로을”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199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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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호된 신고식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취임 이틀 만인 11월26일 국회 예결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예결위 부별 심의에 출석한 한실장에게 야당 의원들이 박주선 비서관과 사직동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집중 공세를 벌인 것이다. 그 중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의원직 사퇴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약속 위반 아니냐며 물고늘어졌다.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냐,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냐”라고 물어 한실장으로부터 “(두 약속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얻어낸 뒤, “보선에서 구로을 주민들에게 ‘구로 을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지역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5개월도 안되어 청와대로 옮긴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며 ‘선거구민 약속 위반’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재·보선 직후 부정 선거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던 한실장으로서는 구로을 보선에 출마한 것 때문에 두고두고 구설에 오르고 있는 셈.

 한실장은 현재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 회기중이기 때문에 바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실장은 사직서를 냈지만, 법적으로는 의원 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 겸직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 문제는 구로을 지역 주민들이다. 총선까지 6개월 여 동안 의원도 없는 지역구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총선이 1년 미만 남은 경우 선거를 다시 치를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고계현 경실련 시민 입법위원회 국장(35)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의원 직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회의원 못지 않게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한실장이 의원직을 버린 것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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