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부패만 손댈 뿐”
  •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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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부패 먹이사슬’엔 속수무책…실질적 권한 절실

과연 감사원이 ‘총체적 부패??에 물든 사회 전반의 심각한 ??한국병??을 치유하는 사정 기구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대답하면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한국의부패가 ‘총체적 부패??임에 비해 감사원은 관료 부패만을 감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부패는 구조화하여 정치 부패(정경유착)?관료 부패?기업 부패?사회 부패 순으로 부패의 먹이사슬을 형성해왔다. 이 때문에 부패 척결의 초점은 권력형 부패인 정경유착과 정치 부패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중간 과정의 관료 부패에 감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리 감사원이 3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중점적으로 감사하겠다고 하더라도 ??생계형 부패??나 ??제도적 부패??만 다룰 뿐 구조적인 부패를 다룰 수는 없다.

둘째, 감사원의 기능이 회계검사 위주이므로 직무감찰에는 어려움이 많다. 63년 심계원과 감찰위원회가 통합해 감사원 출범하였으나 30여년간 회계검사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에 조직으로서의 직무감찰 기능은 매우 미약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정책감사나 직무감찰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최근 제5국의 기구를 확장하는 조치가 있었지만 인원이나 조직이 아직은 전체 국가 기관, 지방자치 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을 직무감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셋째, 제도상 사정 기관의 중추가 되기에 미흡한 점이 많다. 감사원은 수사권이 없어 감사 결과에 따라 수사 기관에 별도로 고발해야 하고, 법무부와 내무부 소속인 검찰과 경찰을 그 지휘계통에 있지 않은 감사원이 통할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단지 업무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이화창 감사원장이 구상하는 ‘사정기관협의회??와 ??부정방지위원회??의 역할 분담과 상호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 이밖에도 실질적 위상 강화와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혁과 운영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감사원의 법적 지위는 ‘대통령 소속하의 헌법상 합의제 기관??이다. 감사원법에는 인사?예산?규칙제정 및 직무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비헌법 단독제 기관??을 지닌 영국이나 미국보다 더 잘되어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은 의회 직속기관으로 두어 실질적인 통제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일본 프랑스 서독도 독립된 기관으로 두어 있어서 회계검사 기관으로서 지위와 권한을 높이고 있다. 단지 한국과 포르투갈만이 행정부에 예속시키고 있어 독립성이 크게 뒤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도 과거에는 우리와 같은 행정부형에 해당했으나 모두 독립 기구로 개혁했음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부패 척결과 국가기강 확립을 전략적으로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첫째, 기존 ‘사정 기관에 대한 사정??부터 시작하여 이들의 저항을 극복하면서 사정 기구의 업무를 분담시키되 이를 총괄하는 강력한 부정방지위원회를 당초 안대로 설치?운영해야 한다. 부정방지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의 준사법권과 강력한  집행력을 지닌 기관으로 만들어 정경유착과 정치 부패를 척결하는 기구가 되도록 대통령이 직접 지휘?운영해야 한다.

둘째, 감사원을 사정의 중추 기관으로 삼으려면 그에 합당한 감사 영역 확장, 수사권 부여, 경찰과 검찰에 대한 지위·통솔권 부여, 조직과 인원 확충, 직무감찰에 적합한 전문성 제고 및 감사요원 자질 향상, 감사원의 독립기관화 혹은 국회 소속화, 감사요원의 철저한 신분 보장, 정책감사 기능 확대 등 여러 부문에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넷째, 부패 척결과 국가기강 확립은 제도개혁·정책개혁 및 운영개혁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추진해야 한다. 당초 김영삼 대통령은 제도개혁에 초점을 두었다가 기득권 세력과 기존 사정 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운영개혁, 그 가운데서도 인사쇄신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고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초기 내각의 인사 쇄신이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을 교훈으로 삼아 운영개혁 외에 정책개혁과 제도개혁에도 큰 비중을 두기를 바란다. 감사원의 위상과 기능은 제도개혁과 운영개혁이 함께할 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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