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농성에 무릎꿇은 방송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2006.05.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PD수첩〉‘기도원 의혹’ 파문 매듭


 “김계화 전도사님이 안수를 중지하셔서 우리가 다 죽게 됐다????PD 백종문이는 이 자리에 나와서 사과하라.??

 지난 3월26일 밤 〈PD수첩〉‘의혹, 기도원에서 생긴일??이 방영된 후 여의도 MBC 정문 앞에는 할렐루야기도원의 신도와 중환자들이 모여 농성을 벌였다.

 MBC측은 정문을 폐쇄하고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백종문 프로듀서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귀가하지 못했다. 흥분한 신도들로부터 “백종문이 사진을 5만장 찍어 돌렸다. 일가족을 몰살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회사측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프로듀서에게 금족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할렐루야기도원의 김계화 원장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매독에 감염됐다는 제보를 받은 〈PD수첩〉팀이 환자와 의사의 증언을 통해, 안수기도 과정에서 매독이 옮았는지 추적해간 것으로 방영되자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성 접촉 혐의가 없는 3~5세의 어린이 매독환자를 부각시킴으로써 〈PD수첩〉 사상 최고의 시청률(점유율 58%, 시청률 30%)을 올렸다.

 그러나 기도원측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의사도 포기한 생명을 숱하게 살려낸 우리 기도원의 성과는 외면하고 거짓 증언만을 모아 보도했다??며 항의 농성을 시작함으로써 〈PD수첩〉팀의 이러한 명예는 불안한 것이 되었다.

 전국에서 봉고차를 타고 올라온 시위대는 복수가 차 운신이 불가능한 암환자, 피부병 말기 환자 등을 훨체어와 이불 위에 눕혀 시위대의 전열에 배치하고 보호자와 신도들은 천막을 차고 들어앉아 김밥을 나눠먹으며 2박3일의 농성을 벌였다. 농성을 지켜본 여의도 주민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4월1일 오후 1시 MBC 정문앞에서 김계화 원장이 직접 안수기도를 실시하자 신도들의 열기는 더해갔다. 경찰은 이날 모인 신도를 약 5천명이라고 추산했으나 할렐루야 포천 기도원의 송석영 이사장(한국체육대 학장)은 약 2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뒤 결국 MBC가 “사과 방송을 하겠다??고 전격 후퇴함으로써 기도원 매독감염 방송 사건은 기도원측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의문은 해결 안돼??

 “지난주 방영된 기도원 매독감염 사건은 안수 행위가 매독을 옮긴다는 과학적 근거의 제시가 없는 잘못된 방송이었습니다. 신도들과 기도원측에 피해를 끼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MBC 〈PD수첩〉의 데스크이자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상옥 부장은 4월2일 밤 〈PD수첩〉을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MBC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MBC와 기도원측의 대결은 극적인 합의에 이른 셈이다. 그러나 시청자에게 남은 것은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사태를 지켜본 고려중앙교회의 박우호 목사는 시청자를 우롱한 처사라며 분개하고 있다. ??MBC가 문제를 제기해 놓고 1주일 만에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보도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없이 몇마디 사과의 말로 물러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이다. 그는 기도원측에 대해서도 ??기도원 내에서 매독이 발생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면 일단 의료기관이나 보사부에 기도원을 개방하여 의문을 해결해 보이는 것이 참된 종교인의 태도??라고 지적하며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정상적 해결 방법을 외면하고 중환자를 앞세워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송석영 이사장은 “김원장님은 하루 세시간 정도밖에 못주무시면서 환자들의 목숨을 구해주려 애쓰신다. <PD수첩>이 방송되자 그 분도 인간이기에 다 그만 두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여의도 공개안수를 마친 다음날부터 다시 더 열심히 한수를 하기 시작하셨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