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옳게 골라 읽는 법
  •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의 기술>, ‘책의 해’에 나온 독서법 안내서



 이 책은 책앞의 책, 맨 처음의 책이다. 미국 시카고대 법철학과 교수를 지냈던 철학가이며 저술가인 모티머J.애들러와 컬럼비아대 영문과 교수이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부사장인 찰스 밴 도런이 함께 지은 <독서의 기술>은 독자를 광대한 책의 바다로 안내하는 ‘예인선’인 것이다.

 이 책은 민병덕 교수(혜전전문대.출판학)가 86년 우리말로 옮겨 초판을 내놓았으나 얼마 뒤 절판되고 말았다. 이 책을 펴냈던 범위사가 책의 해를 맞아 독서법을 소개하는 책이 전혀 없음을 깨닫고 최근 책의 내용과 편집을 쇄신해 다시 출판한 것이다. 책의 해에 펼쳐지는 행사들은 한마디로 ‘책은 좋은 것이다. 많이 읽자’로 요약된다. 그런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와 대안은 없다(<시사저널> 제172호 ‘읽은 책은 빌려주지 말라’참조).

 저자들은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를 지적이고 적극적으로 읽기 위한 규칙을 서술한 것‘이라고 밝힌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내놓은 책 가운데 99% 이상이 양서가 아니라고 본다. 저자들이 중시하는 ’분석 독서‘ 방법으로 읽을 만한 양서는 1백종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독서의 기술>은 도서의 수준을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신토피칼 독서(비슷한, 혹은 관련이 있는 책을 함께 읽는 기술)등 넷으로 나누고, 여기에다 문학작품을 읽는 법과 독서와 정신의 성장 등을 곁들였다. 저자들에 따르면, 초급 독서는 어린이가 책을 읽는 방법이고, 점검 독서는 골라서 띄엄띄엄 읽는 기술로 ‘무엇에 대하여 쓴 것인가’‘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어떻게 나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예비 독서이다. 이 책은, 이 단계에서 독자는 탐정처럼 책을 ‘수사하라’고 권유한다.

 덕서의 세 번째 수준이 분석 독서인데, 복잡하고 계통적인 책읽기이다. 분석 독서는 우선 무엇에 대한 책인지를 분별하고, 그 다음 키 워드와 저자의 명제를 파악하며 내용을 해석한 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이 독자에게 전달되었는가를 비평하는 3단계로 완성된다. 이때 책의 내용에 대하여 ‘알았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찬성이나 반대 혹은 판단 보류의 태도를 표명하지 말라고 제안한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위와 같은 ‘교양서’ 읽는 법과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독서의 기술>은 “교양서를 읽을 때는 독수리처럼 눈을 빛내며 수시로 습격할 자세를 갖춰야 하지만 문학은 무방비 상태로 작품 안에 들어가야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계에서는 올해가 책의 해가 시작되는 원년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가 ‘독서의 해’가 되어야 한다. 독서의 해가 뿌리 내리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독서법 저서들이 더 나오고 이 책들이 활발하게 읽혀져야 할 터이다. 독서량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대입 수학능력 시험과 주관식 본고사를 앞두고, 고등학교 교사나 학생은 책읽기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를 두고 난감해 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