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불법 체류자 '兎死拘烹'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6.05.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품경제 때는 필요악, 불황 맞자 박해 대상‥‥ 한국인 3만명 추산


 

  '황금의 나라 지팡구'를 찾아 일본에 몰려든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현재 30만~5O만명을 헤아린다. 일본이 '거품의 향연'을 즐길 때만 해도 그들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지금 그들은 일본 사회의 짐일뿐 아니라 '박해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쿄 요요기 공원의 벚꽃이 화사함을 잃어가던 지난 11일 오후. 일요일이면 어김없이이곳에 찾아오는 두개의 그룹이 있다. 하나는하라쥬쿠족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10대들이고, 또 하나는 이란인 집단이다.

  번영과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 10대들의 자리는 양지바른 도로였다. 그들의 요란한 음악이 귀청을 때리는 바로 옆 숲속에는 '이란인 촌'이 조용히 들어서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 한둘씩 나타난이란인들은 두세시간이 지나자 어느덫 4천~5천명쯤으로 불어났다.

  처음에 이란인들이 이곳에 모여들게 된 동기는 일자리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일본의 불황으로 한달에 열흘 일하기가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줄자 자연히 동족을상대로 장사를 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숲속 입구에서 '카바브'라는 쇠고기 꼬치안주를 굽고 있던 무스타파씨(28)는 최근 사이타마켄의 프레스 공장에서 해고된 이란인이다. 그는 이란인을 상대로 일요일이면 쇠고기꼬치를 구워 파는 장사에 나섰다.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 … 1년 7천건

  불황과 해고로 잠자리와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이란인은 무스타파씨뿐이 아니다. 급조된 이란인촌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행상, 양고기를 파는 행상, 심지어는 야외 이발소까지 있다. 그러나 최근 그들에게는 불황보다 더 심각한 공포가 엄습하고있다. 일본의 한 우익 단체가 그들을 겨냥한 포스터를 대량으로 살포했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을 일본에서 추방하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8월께. 국가사회주의자동맹의 이름으로 살포된 이 포스터의 한 가운데는 옛 나치의 문장이 큼직하게 인쇄돼 있었다. 독일 네오 나치의 유색인종 박해를 연상케 하는 이 포스터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몰려사는 도쿄와 사이타마켄에 2천5백장이 살포되었다.

  우익 단체 대표는 그 동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문화와 전통을 중시해 온 일본에여러 나라 사람들이 몰려와 흔란을 조장하고있다. 일본이 미국과 같은 다민족 국가로 변질되어 가는 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요요기 공원을 되돌려 달라"는 포스터의 구호로 보면 우익 단체가 공격의 주대상으로삼는 것은 이란인 노동자에게 국한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우익 단체들이 모든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단속을 강화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격대상이 꼭 이란인에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면 작년 10월 아이치켄에서 발견된 유인물은 일본계 브라질인이나 페루인들까지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일본내 외국인 범죄 건수는 급격히 늘고있는 추세다. 일본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의 범죄 건수는 연간 약 7천건. 그 중 약 70%가 절도죄이다.

  현재 한국인 불법 체류자는 필리핀인과 1~2위를 다투어 약 3만명 정도로 추산되고있다. 그래서 요코하마의 명물 베이브리지는 "한국인들이 교각을 놓고 필리핀인들이 페인트 칠을 했다"는 말도 들린다. 재일교포 차별에 이어 불법 체류 한국인들이 겪는 수난도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