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북한 핵정보 ‘정략이용’ 의혹
  • 변창섭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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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 피하려 고의 유출”ㆍㆍㆍ일부선“미국측 포장된 정보에 주의 필요”지적

 유엔은 13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대불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미국 외교관은 “미국 정부가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양보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비쳤다.

 이처럼 북한 핵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에 미묘한 유화 국면이 조성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 핵 정보를 정략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4월27일 “북한이 4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해 눈길을 모았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목은 미국 중앙 정보국(CIA)이 북한 핵 정보를 공개하는 데 대단히 인색했다는 점과 공개 과정에 어떤 의도를 깔고 있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보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거듭된 정보 협조 요청을 묵살하다가 지난해 가을에야 비로소 영변 핵 시설을 찍은 위성사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량을 속이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해내자 마지못해 정보 공유에 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보도는 사실과 좀 다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    ?   )교수는 “그 보도는 약간 과장됐다.  문제가 된 원자로를 1백%가 동하더라도 핵무기 4개를 제조할 만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중앙정보국이 일부러 흘린 내용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핵 전문가인 피터 헤이즈 박사는“중앙정보국이 예산을 깎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워싱턴 포스트>에 그같은 내용을 흘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보도가 나온 4월27일째 나는 워싱턴을 방문중이었다.  나는 당시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관리들과 만나 얘기하면서 그같은 사실에 대한 심증을 갖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앙정보국은 예산 확보를 위해 북한의 핵 정보를 이용한 셈이 된다.

 

“미 정부의 지속적 핵 독점 의도도 있다.”

 중앙정보국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북한 핵정보를 흘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2년 2월25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국장은 “북한이 빠르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그러자<뉴욕 타임스>는 3월10일자에서 “국무성과 국방성 고우 관리들이 게이츠 국장의 증언이 극단적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행정부내에 북한 핵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보도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 전문가 레오너드스펙터 박사는 지난해 6월20일자<아사히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이제까지 북한에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에서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정보를 언론에 흘린 일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 정보기관은 70년대 초반부터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해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챘으나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서울 올림픽이후였다.  특히 탈냉전후의회의 예산 삭감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중앙정보국과 국방성이 고의로 북한 핵 정보를 흘림으로써 ‘위기가 상종하고 있다’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를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연국원의 金(  ?  ) 박사는 “미국 정부는 지속정인 ‘핵 독점’유지를 위해 북한 핵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북한과 같은 제3세계국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 핵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관은 중앙정보국 외에도 국방성 산하의 국방정보(DIA)과 국무성 내의 정보연구부(I&R)가 있으며 요원의 숫자는 두자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첨단 첩보위성 키흘(Keyhole)을 동원해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중앙정보국의 정보 활동은 가히 독보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민족통일연구원의 (   ?   )박사는“북한 핵 정보 수집 능력이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보국의 정보 독점은 자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 정부 부처들, 북한 핵 싸고 ‘이견’

 외교 소식통들은 중앙정보국과 국무성은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운데다 해당 정보에 대한 구체적 증거와 자료가 없는 상황에 엉뚱한 예측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경파에 속하는 중앙정보국이나 국방성이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려 단기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반면, 외교 노력을 중시하는 국무성은 온건 입장을 추구하고 있다.  헤이즈 박사는“내 견해로는 국무성 실무진은 북한 핵을 남한 내부 문제와 결부시키기보다는 핵확산금지 자체의 문제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국제 원자력기구의 외교 노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핵 정보와 관련해 지난해까지도 미국 정보기관과 다른 부처  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뒤 북한의 핵 개발‘증거’가 포착되자 국무성도 국방성이나 중앙정보국과 비슷한 시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북한 핵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정책 대안이 나와 있지 않은 데다 차관보급 이상 고위 관리의 상원 인준이 막 끝났거나 아직 진행중이어서 북한 핵을 둘러싼 부처간 이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정에서 핵심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중앙정보국이 여론을 겨냥해 언론 조작을 벌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 핵의 심각성을 인정은 하되 사실 이상의 ‘포장된 정보’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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