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 서평] 科學的 노사관계론
  • 박세일 (서울대교수·법경제학)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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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 李永熙 지음/영학출판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운동이나 노사관계를 다루는 책과 잡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李永熙교수의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이 世人의 주목을 받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이 책에서 李교수는 노동운동이나 노사관계를 보는 본인의 기본시각·기본철학을 명백히 밝히고, 일관성있게 그 입장을 전편에 걸쳐 견지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의 역사를 보면, 어느나라든 대별하여 △계급대립적 시각△이해조정적 시각△노사일체적 시각 등 3가지 시각 흐름으로 나누어진다.

 최근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계급대립적 입장이나 시각에서 노사관계를 이해하려는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知的풍토나 분위기 속에서 李교수는 이해조정적 입장, 즉 노사관계를 기본적으로 계급관계가 아닌 계약관계로 이해하며, 노동운동을 노사간 대등교섭(equal bargaining)을 통한 利害조정과정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그런 태도가 이 책의 전편에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다. 많은 글을 쓰는 것은 학자에게 쉬운 일이나, 자기의 견해를 세우기가 어렵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하려는 李교수의 知的 성실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책에서 李교수가 펴는 주장의 기술방법, 사고의 전개과정 등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점이다. 흔히 노사관계나 노동운동을 다루는 많은 글 속에는 感傷主義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에 빠져, 논리전개에 무리가 많고,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증거나 논리를 찾으려 하는 식의 反科學的 경향이 적지 않은 데 반하여 이 책에서의 논리전개는 비교적 차분화고 명쾌하며 합리적이다. 法學者로서의 李교수의 논리전개의 치밀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최대 약점은 한 主題에 대한 통일적·체계적 기술이 아니라, 그동안 발표된 여러 논문의 엮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히 여러 논문들이 노사관계·노동운동이라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 연구결과들이고 논문 속에서의 주장에 일관성과 체계성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미 발표된 논문을 엮은 여타 책들과는 크게 다르게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크게 3분야로 나눌 수 있다. 제1부인 ‘노동운동’편에서 李교수는 노동자 해방 등을 외채는 계급투쟁주의적 노동운동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문제점은 그동안 노동운동이 파격노선이나 정치주의를 택하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주의·경제주의노동운동 그 자체도 제대로 定着시켜 보지 못했다는 데서 찾는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관념적인 정치슬로건을 내세우기 이전에, 노동자들의 생활향상·근로조건 향상 등 경제투쟁에 보다 충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제2부인 ‘노사관계’편에서 李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종래의 권위주의적이고 親權的인 데에서 민주적이고 市場的이며 계약적인 방향으로의 이행과정에 있다고 파악한다. 그리하여 노사간의 대등한 교섭능력 확보의 중요성, 組合民主主義의 중요성 등을 논하고 있다.

 제3부인 ‘노사분쟁’편에서는 현행 노사 분쟁 조정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 등을 분석·비판한 후에 앞으로 노사간 자율적 단체교섭제도를 정착시키고 분쟁과 마찰의 평화적이고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촉진하면서도 동시에 단결권의 남용도 제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전편을 통하여 李교수는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으로 단체교섭제도를 정착시켜 노동의 종속성을 극복해야 함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조합의 對社會的 책임성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즉 민주노동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그들의 단결된 힘이 궁극적으로 산업발전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조 스스로 국가발전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증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잇다. 합리적 견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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