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말한다
  • 장성원 (동아일보 경제부장·전駐 日특파원) ()
  • 승인 198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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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지도층이 이끄는 사회

근검 절약·솔선수번 등 德日 확교…요령주의·적당주의 발 못 붙여

 일본에서 근무할 때 東京電力 히라이와 가이시(平岩外西) 회장의 집을 찾아 취재한 적이 있다.東京電力이라면 도요타자동차·노무라증권 등과 함께 재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 이같은 대기업 회장이 지극히 평범한 짐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문을 열면 바로 현관이 나서는 古屋에 건평은 서른대여섯평이 되어 보일까. 집안에는 장서가 많아 책의 무게로 마루가 내려않을 정도라고 했다.

 히라이와 회장만이 아니다 저택에서 사는 최고경영자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 사장들은 그저 건평 50평 미만의 넓지 않은 집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생전에 재계뿐 아니라 일반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존경을 받았던 도코 도시오(土光海夫) 前 經團聯 회장은 요코하마 변두리의, 주의깊게 보지않으면 문패를 발견할 수 없는 집에서 살았다.

 

저임금에도 불평불만 적은 까닭

 이같은 지도층이 검소하게 살면서 정직하게 기업경영을 하고 기업이익을 관리하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저임금을 받고 토끼장 같은 집에 살면서도 불평불만이 적다. 지도층의 검소한 생활태도를 본보기로 일반국민들도 근검절약하는 共同善을 실현해가는 것이다.

 사실 엔화 평가절상 등의 이유로 일본의 1인당 국민총생산(GMP)이 미국을 앞질렀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저임금국가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임금 指標들이 그것을 설명해 준다. 全제조업체 평균 월급여(38세 남자 기준, 상여금 제외)가 25만엔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25만엔이라면 원화로 환산, 1백25만원 가량이 되기 때문에 저임금이라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구매력과 우리 원화 25만원의 국내에서의 구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씀씀이에 큰 차이가 없다. 대체로 45세 이상인 東京大 정교수와 유력 일간지의부장급들이 40만엔 안팎의 급여로 생활을 꾸려나간다. 물론 요즈음 돈벌이가 잘되는 증권 및 보험회사·은행등 가능한 많은 부분을 社內에 유부시켜 기업의 대형화·국제화·多國籍化를 도모하고 國富를 신장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국가나 기업은 부자지만 개인은 가난한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요즘 계속 일본내에서 베스트셀러를 내고 있는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는 그의 《新國0論》에서 일본은 세계 제일의 富國이 됐으나 개인은 조금은 풍요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계층간 소득격차도 크지 않아

 이러한 일본기업들의 저임금 원칙이 대한 비판이나 찬반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일본기업들이 저임금 원칙을 유지해 나가면서도 다른 선진국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사평화를 누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본기업 경영층, 일본재계 지도층의 근검절약·책임감·신뢰감·솔선수범 등에 있다.

이같이 주요한 德日에 있어서 일반의 모범이 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致富를 하지 않으면서 정직하게 기업이익을 관리하므로 국민들이 신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재계 지도층의 정직성·근검절약·솔선수범이 바로 오늘의 경제대국 일본을 만들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또한 일본은 저임금국가이긴 하나 職階·학력간 소득차이가 적다. 사장과 평사원의 급여 차이가 7대1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中卒·高卒·大卒사원의 월급차이가 적어 소득격차에 따른 계급의식 별로 없다. 남자 大卒 신입사원 15만엔선, 高卒 12만엔선, 中卒 신입사원이 11만엔 정도이다. 우리의 大卒 신입사원이 中卒의 2.5배가량 받는 것에 비하면 소득에 형평이 있다.

 

정경유착 땐 自民黨도 ‘흔들’

 바로 이런 데서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고, 그렇게 다져진 협동심을 바탕으로 사회 전체가 하나로 되어 벌들처럼 일한다. 흔히 일본국민들은 단결심이 강하다고 말하나 이는 지도층이 지도원리를 정하여 사회기풍을 그렇게 단결이 되도록 조성해 나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록히드 사건이나 리크루트 사건 같은 것이 터지지만 우리의 정경유착과 비교하면 그래도 깨끗한 편이다. 우리의 경우는 엄청난 부정부패·정경유착 사건이 터져도 정권이 끄떡없지만 일본에서는 수상이 감옥에 가고 정권이 퇴진해야 한다. 리크루트 사건의 여파로 만년집권의 위세를 과시하던 自民黨이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도 지도층이 정직하지 않고 부정부패하면 국민들이 여지없이 외면해 버린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우리와 일본의 차이는 간단하다. 일본은 근검절약·정직 등의 德目이 사회적 正義로 정립되어 있고 경제적 균형이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여러분야에서 요령주의·적당주의·얼렁뚱땅이 판치고 있고, 그리고 소득 불균형은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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