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꺼지고 ‘컨벤션’ 켜졌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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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도박 도시에서 거대 모임 공간으로 탈바꿈…공연 문화도 만개

 
라스베이거스는 공항에서부터 그곳이 라스베이거스임을 실감케 한다. 비행기 탑승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탑승 대기실까지 슬롯 머신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로비에 들어서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카지노 플로어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고 있다면, 이제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도박 도시의 이미지를 넘어서 세계적 컨벤션 센터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객은 무려 3천8백60만명. 상주 인구가 6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며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전체 방문객의 16%인 6백20만명 정도가 컨벤션을 위해 온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는 방문객이 4천 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른 분야의 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게임 승률은 평균 94~95%에 이른다. 승률이 97%에 달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호텔도 있다.  카지노 그 자체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단 모여든 사람들은 먹고, 보고, 마시면서 어떤 식으로든 돈을 떨구기 마련이다. 관광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승률을 합의된 수준 이하로 조작했다가 카지노 영업을 정지당해 결국 호텔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먹고, 보고, 마시는 수입이 늘어나면서 1998년께부터는 비 도박 분야의 수입이 도박 수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카지노는 현란한 쇼와 골프, 스파 등 다른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대신 컨벤션이 라스베이거스의 주력 분야로 떠올랐다. 

  원래 컨벤션 사업은 방문객을 가장 효율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고안되었다.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수기 동안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 바로 컨벤션 사업이었던 것이다. 1955년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 주는 관광객에게 부과하던 세금을 컨벤션 센터를 짓는 기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올드 시티’에는 이때 만들어진 거대한 컨벤션 센터가 지금도 성업 중이다.    컨벤션에 주력한다고 해서, 컨벤션 행사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장소 임대 수입이라야 몇 푼 되지 않고, 행사 비용은 주최측이 챙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벤션에 몰려든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양한 즐길거리에 지갑을 열기 마련이다.   

호텔들, 대형 컨벤션 센터 짓기 경쟁

  컨벤션이 훌륭한 미끼 노릇을 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이제는 아예 개별 호텔들이 거대한 컨벤션 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가장 큰 호텔인 MGM 그랜드 호텔의 객실 수가 5천 개. 객실 수가 평균 3천 개 정도는 되어야 유명 호텔 축에낄 정도로 호텔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졌다. 한 예로 특급 호텔 가운데 하나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는 수천 명 규모의 컨벤션이 가능한 그랜드 볼룸을 비롯해 100개의 컨벤션 룸이 있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총 2만2천개의 크고 작은 미팅과 컨벤션이 열렸다. 

 
  호텔은 아쿠아리움, 동물원, 대형 뮤지컬 공연, 골프 코스 등을 마련해 투숙객을 끌어들인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투숙률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 전체의 객실 수가 무려 12만7천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가동률이다. 컨벤션이 몰릴 때는 평소 1백~2백달러에 불과한 객실이 5백달러 이상 호가한다. 
 
컨벤션은 즐기는 사람과 지불하는 사람이 다른 시장이라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직원이 즐기고 회사가 돈을 내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회사의 경영진은 자사 직원들이 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에 가야만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휴식과 교류를 겸하도록 하는 ‘포상’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최대 강점은 일과 놀이, 그리고 휴식과 쇼핑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공연 문화이다. 최근 이곳은 ‘서부의 브로드웨이’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장기 레퍼토리 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사가 없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 와 뮤지컬 공연이 많다. 팝의 디바 셀린 디옹은 만 3년 동안 매주 4~5일간 자신의 공연 <어 뉴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공연이 없는 날은 엘튼 존이 무대를 차지한다. 

  물과 조명을 활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오(0)쇼’는, 화끈한 쇼 일색이던 라스베이거스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맘마미아> <블루맨 쇼> <카(KA)쇼> <르 뢰브> 등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공연 레퍼토리를 위해 3천~4천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을 짓곤 한다. 셀린 디옹의 <어 뉴 데이>가 진행 중인 콜로세움도 그녀를 위해 새로 마련된 공연장이다.  

  골프도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품목이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인데도 그곳에는 무려 60여 개의 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아예 호텔에 골프장이 딸린 곳도 있다.  2005년 개관한 고급 호텔 ‘윈’은 라스베이거스의 전설적인 호텔 업자인 스티브 윈의 자존심을 반영하듯 호텔 한 켠에 18홀짜리 골프 코스를 만들어놓았다. 폭포와 연못, 언덕 등이 제대로 꾸며져 사막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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