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난산’의 연속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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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컴퓨터 그래픽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5월 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에도 영화사는 ‘괴물’의 사진 한 장 내놓지 않았다.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괴물이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하지만 지난 7월4일 전모를 드러낸 <괴물>은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괴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달랑 봉준호 감독의 스케치 몇 장 보고 오케이 사인을 낸 최용배 대표의 판단은 이랬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분단이나 현실 정치에 대한 금기를 깼고, 사극 영역에서도 세트 촬영, 고증 등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뤘다. 이제는 상상력을 구현해주는 테크놀로지 영역에 도전할 때이다.’ 

  하지만 괴물을 만드는 일은 녹록한 과제가 아니었다. 그는 “눈물만 흘리지 않았을 뿐 서럽고 속상해 속으로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회사와는 예산이며, 일정이 맞지 않아 처음부터 뉴질랜드 회사와 접촉했다. 마침 <반지의 제왕> 작업을 했던 웨타 사에 의사를 타진했고, 응낙을 받았다. 초반 작업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 사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연달아 터지면서 웨타 사의 몸값이 치솟았고, 일감이 밀려들었다. 초기에 3백만 달러였던 견적이 7백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른 회사를 물색해야 했다. 웨타와의 계약이 무산되자, 자금 조달 자체도 위태로워졌다. 미국 회사들은 최대표의 요청에 가타부타 대꾸조차 없었다. 최대표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한다. 마침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부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한인들과 선이 닿았고, 그들의 소개로, 오퍼니지라는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작업 자체도 쉽지는 않았다. 봉감독의 요청은 워낙 꼼꼼했고, 괴물이 등장하는 분량이 적지 않았다. 봉감독은 꼬박 1년을 특수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 등 ‘괴물’ 준비에 바쳤다.  애쓴 보람이 있었다. 오퍼니지 관계자는 봉감독과의 작업을 “그는 까다롭지 않다. 다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색다른 계획을 밝혔다. 괴물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만큼, 이것을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원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가진 괴물 자료를 이용해 5분 내지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도록 하고 싶다. 지망자들은,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회사로서는 재미난 괴물 시리즈를 만들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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