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다채로운 드라마에 ‘풍덩’
  • 강명석 (문화 평론가) ()
  • 승인 200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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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해외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외
 

솔직히, 필자를 포함해서 여름에 텔레비전을 열심히 봐야하는 사람들은 조금 불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휴가 대신 텔레비전이라니! 그러니 굳이 텔레비전을 본다면 여름 더위를 날려 버릴만큼 몰입도 높은 작품을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작품의 대표주자가 오는 9월17일부터 케이블채널 캐치온에서 방영하는 <프리즌 브레이크> 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해외 드라마 마니아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근래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독특한 설정을 자랑한다. 누명을 쓰고 사형을 앞둔 형 링컨 버로스(도미니크 퍼셀)를 탈옥시키기 위해 동생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가 탈옥에 필요한 정보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은행 강도를 저질러 고의적으로 체포돼 형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리고 탈옥을 위해 교도소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적절히 이용하고, 온갖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난다.

이쯤 되면 탈주, 스릴러, 정치, 심지어 ‘맥가이버’류의 생존 드라마가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설정의 국내 멜로 드라마에 지친 사람이라면 KBS <로스트> 와 함께 ‘머리 아프지만 즐거운’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시리즈가 적응 안 된다면 KBS <투명인간 최장수> 를 주목하는 것도 좋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유오성이 형사를 연기한다는 점 때문에 남성 취향의 드라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건 소영(채시라)이다. 부모도 없는 장수(유오성)에게 시집와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돈을 번 소영, 그러나 장수는 이사 날은 물론 아들의 알레르기 증상까지 모를 정도로 가정에 무관심하다. 식어버린 사랑과 지친 일상에 대해 터져 나오는 30대 여성의 슬픔은 이미 여성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얻는 중. 주부 드라마에 형사물이 더해져 남녀 시청자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요즘 한창 화제를 모으는 고구려 배경의 사극도 있다. MBC <주몽>이 이미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사이, 지난 7월8일부터 새롭게 방영한 SBS <연개소문> 이 새로운 경쟁자로 나섰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고구려 사극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몽>이 판타지같은 퓨전사극이라면 <연개소문>은 보다 사료에 기초한 정통 사극에 가깝다. <주몽>의 주몽(송일국)이 보다 섬세한 남성 캐릭터라면 <연개소문>의 연개소문(이태곤/유동근)은 선 굵은 남성 캐릭터다. <주몽>이 좀 더 여성 취향이라면 <연개소문>은 남성 취향이라 할 수 있으니 부부라면 월화-토일에 사이좋게 같이 보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싫다면? 자, 그럼 더위가 싹 가시는 ‘호러 오락 프로그램’을 보시라. 재정 관리를 제대로 못해 꽤 안정적인 수입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내는 가정을 흑자 가정으로 바꿔주는 SBS <체인지업 가계부>는 황당할 정도로 어이없는 소비 생활을 하는 가정들이 출연, 보는 사람에게 앞으로는 술을 그만 마셔야 겠다든가, 홈쇼핑 채널을 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젊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직업을 알선해주는 KBS <청년불패> 도 마찬가지. 이 프로그램들을 보면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여름철에 그나마 더위에 짜증내며 텔레비전을 보는 건 그래도 행복하다는 것. 그러니 휴가를 즐길 수 없다면 (일삼아) 텔레비전이라도 보자구요. 할 일 없어 텔레비전 보는 거보다야 낫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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