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범개혁파 ‘새 집’ 짓는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8.23 09: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원기.제정구 등 KT와 결별, ‘통추’ 추진... 신당.시민운동 철충형 될 듯
김원기 전 민주당 대표가 출산 준비로 바쁘다. 출산 예정일은 8월 말이나 9월 초. 태어날 아이의 이름도 이미 정해 놓았다. 가칭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가 그것이다.

현재 통추의 핵심 멤버는 민주당 범개혁 그룹이다. 제정구.김홍신.이수인.이미경.이 철.박석무.노무현.원혜영.홍기훈.김원웅 등 전.현직 의원과 장기표.김부겸.이재경.김성식 등 개혁 성향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모임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장을병 의원동 동참을 표시했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서경석 우리민족서로돕기 집행위원장도 국민통합운동이라는 차원에서 이름을 걸 생각이다.

김씨를 비롯한 통추 관계자들은 통추에서 정치 집단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단 범국민적인 정신 개조 운동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사회 저명 인사를 되도록 많이 포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통추의 태동 과정을 지켜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한마디로 민주당 개혁 그룹이 KT와 결별을 선언하고 딴 살림 차릴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이별의 전주곡만 울려온 개혁 그룹이 ‘통추’라는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잠수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기택 총재와는 정치 노선을 같이하기 어려운 만큼 독자 세력을 규합해 내년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KT는 한 달에 2억원 버는 주식회사의 사장일 뿐이다. 정당으로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KT가 통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는 통추 관계자들의 애기는 ‘KT와의 결별을 예고하고 있다.

변죽만 울리는 ‘정치 실험’ 될 수도
하지만 이번에도 개혁 그룹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여 일에 걸쳐 탈당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지만 식 상조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당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장기표 위원장(동작 갑)이다. 그는 전국민의 공감을 얻는 국민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당적을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다수 관계자들은 ‘또 하난의 분당’ 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탈당에 반대한다. DJ으 분당을 공격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추만 가지고는 지구당과 같은 세포 조직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현신론도 나왔다. 정치인으로서 최후까지 비빌 언덕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애기다.

다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김 전대표가 탈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통추의 대표 주자인 김씨가 당적을 포기해야만 재야 인사나 사회운동가․전문인․관료 등을 폭넓게 참여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강원룡 목사와 서영훈 전 KBS 사장, 장문규 YMCA 사무총장, 이세중 전 변협회장 등 각계 인물을 수시로 만나고 있다.

통추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반을을 보이는 쪽은 역시 국민회의이다. DJ의 대권 도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상현 의원과 김원기 전 대표가 연계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J로부터 결정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뭉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비슷한 처지라 그런 추측이 나오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대답은 회피했다. 그러나 그는 “15대 대선은 결코 지역 구도에 의해 치러져서는 안되며, 이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라는 말로 연계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독자 후보를 내세우거나, 다른 당 후보 가운데 지여색이 가장 옅은 후보를 찾아 힘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낙선자들의 재기 모임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최대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통추는 되도록 많은 인적 자원을 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개혁 신당을 통해 정치지향적인 인사를 대부분 수혈이 되었기 때문에 끌어들일 만한 인적 자원이 거의 없다. 신당으로 가든 시민운동으로 끌고 나가든 세가 없으면 부다이 크다. 때문에 내부에서조차 통추의 미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통추가 변죽만 울리다 끝나는 도 하나의 정치 실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